"아빠, 아침은 어디서 먹어?" 잠이 덜 깬 둘째가 웅얼거리며 내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타이완 호텔의 프런트 직원은 특유의 다정한 미소와 함께 세븐일레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조식권을 건네주었다. 호텔 정문을 나서 길 하나만 건너면 닿는 거리. 구월의 창화 공기는 적당히 서늘하면서도 투명했다.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공기가 눅눅하지 않고 보송해서, 마치 갓 세탁한 셔츠를 입은 듯한 상쾌함이 느껴졌다. 아이들은 어느새 잠을 깨고는 편의점 매대 앞에서 진지한 탐색전을 벌였다.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며 작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여행이란 결국 이런 사소하고 무해한 결정들의 연속이라는 것을. 따뜻한 두유 한 팩의 온기와 샌드위치의 묵직함. 화려한 뷔페는 아니었지만, 각자 원하는 것을 골라 든 손끝에 전해지는 소소한 만족감이 아침의 소란함을 기분 좋은 리듬으로 바꾸어 놓았다.
15:00, 표준 객실의 투명한 오후
선형 차고에서 마주한 고철 로봇의 무뚝뚝한 표정이 자꾸만 잔상으로 남는다. 버려진 기차 부품들을 모아 만든 그 기괴하고도 거대한 형상은 아이들에게는 세상 그 무엇보다 경이로운 구경거리였다. 하지만 호텔로 돌아오는 길, 아이들의 에너지는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객실 문을 열자마자 푹신한 침대로 다이빙하는 둔탁한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타이완 호텔의 표준 객실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했다. 특히 투명한 유리로 설계된 욕실이 눈길을 끌었는데, 첫째가 킥킥거리며 "여기서 씻으면 다 보이겠다!"라고 외치는 바람에 가족들 사이에 묘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빳빳하게 다려진 흰색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피부에 닿았고,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낮은 소음과 에어컨의 일정한 웅웅거림이 공간을 메웠다. 복도 너머 세탁실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기계음마저 평화롭게 느껴지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누워 있는 이 정지된 시간이 여행 중 가장 효율적인 휴식처럼 다가왔다.
19:00, 거리의 달콤한 냄새와 산책
저녁 식사로는 호텔 근처에서 현지 별미인 육원을 맛보았다. 끈적하고 달콤한 떡 같은 피 속에 아삭한 죽순과 고소한 고기가 어우러져 입안 가득 풍성한 식감을 만들어냈다. 소스가 입가에 묻은 줄도 모르고 허겁지겁 먹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창화의 밤거리는 너무 밝지도, 그렇다고 너무 어둡지도 않은 적당한 채도를 띠고 있었다. 구월의 밤바람은 걷기에 딱 좋을 만큼 선선했고, 가로등의 은은한 주황빛이 길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식당에서 호텔로 돌아오는 짧은 길, 둘째가 내 손을 꼭 잡으며 "내일은 또 뭘 먹을까?"라고 물었다. 거창한 계획은 없었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걷고, 마음이 머무는 곳에서 멈추는 것. 그런 무용한 일들이야말로 여행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호텔로 돌아와 엉킨 신발 끈을 천천히 푸는 그 느릿한 시간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23:00, 아이들이 잠든 뒤의 정적
아이들의 숨소리가 규칙적인 파도처럼 변하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제 방 안에는 오직 어른들만의 고요한 시간이 남았다. 조명을 낮추고 침대 헤드에 기대앉으니, 낮 동안의 소란함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짙은 정적이 찼다. 투명한 욕실 너머로 희미하게 비치는 조명을 멍하니 바라보며 이번 여행을 되짚어 보았다. 어쩌면 이번 여정은 서로 맞지 않는 조각들을 억지로 끼워 맞춘 퍼즐 같았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사소한 일에 짜증을 냈고, 누군가는 떼를 썼으며, 나는 그 사이에서 적당히 체념하며 균형을 잡았다. 하지만 그 삐걱거림과 불협화음이 오히려 이 여행을 가공되지 않은 진짜 삶처럼 느껴지게 했다. 칠십 퍼센트의 힘만 쓰겠다고 다짐했지만, 아이들의 천진함 덕분에 구십 퍼센트쯤 쏟아부은 것 같다. 그래도 괜찮다. 내일 아침 다시 그 편의점에 갈 생각을 하니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아이들의 작은 손이 내 옷자락을 꼭 잡은 채 잠들어 있었다.
- 선형 차고의 고철 로봇과 기차들의 휴식을 관찰하며 구월의 선선한 날씨를 만끽해 보세요.
- 호텔 근처 육원 가게에서 쫀득하고 달콤한 창화의 현지 맛을 경험해 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