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역 플랫폼에 발을 내딛는 순간,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공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5월의 대만은 공기 자체가 물기를 가득 머금은 거대한 솜뭉치 같았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부 깊숙이 눅눅한 습기가 차올랐고, 옅은 흙내음과 도시의 소음이 뒤섞여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구글 맵을 쥔 친구가 자신만만하게 앞장섰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녀석이 반드시 한 번은 방향을 틀어 우리를 엉뚱한 골목으로 인도하리라는 것을. "야, 거기 아니라고! 다시 봐!"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유치한 내기가 시작됐다. 누가 먼저 셔츠를 땀으로 다 적시느냐 하는 내기였다. 멀리서 낮게 깔리는 천둥소리가 피부의 솜털을 곤두세웠고,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무거운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젖은 뒷모습을 보며 낄낄거렸고, 그 무거운 습도마저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연히 마주친 바삭한 위로
호텔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건 '아삼 육원'의 고소한 기름 냄새였다. 튀김 솥에서 쉴 새 없이 터지는 지글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자극했고, 황금빛으로 튀겨지는 육원들이 시각적인 쾌감을 주었다. 길게 늘어선 줄 끝에서 마침내 손에 쥔 육원을 한 입 베어 물자, 겉면의 강렬한 바삭함이 눅눅한 공기를 단숨에 밀어냈다. 입안에서 터지는 뜨거운 육즙과 짭조름한 소스의 조화는 마치 덥고 습한 도시에서 찾은 작은 오아시스 같았다. 이어 '부이팡'에서 산 달걀 과자의 은은한 밀가루 향과 달콤한 팥소가 혀끝에 감돌았다. "이런 날씨엔 역시 바삭한 게 정답이지." 우리는 서로의 입가에 묻은 가루를 비웃으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길가에 핀 백합 꽃향기가 습한 바람에 섞여 훅 끼쳐 왔고, 그 향기는 눅눅했던 기분을 어느새 상쾌하게 바꾸어 놓았다.
초록의 숨결이 머무는 안식처
티미오스 인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싱그러운 초록색 식물들이었다. 1층 카페에 흐르는 은은한 커피 향이 여행의 피로를 부드럽게 씻어내 주었다. 일본식의 간결하고 정갈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복도는 에어컨 바람 대신 적당한 온기가 감돌았다.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호텔의 고집스러운 철학이 오히려 이곳을 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침대로 몸을 던졌다. 빳빳하게 잘 말려진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등에 닿는 순간, 비로소 깊은 안도감이 밀려왔다. "여기 진짜 좋다." 짧은 감탄사와 함께 우리는 한동안 천장을 보며 숨을 골랐다.
건식과 습식이 분리된 일본식 욕실의 쾌적함과 발바닥에 닿는 보드라운 발매트의 감촉은 세심한 배려를 느끼게 했다. 2층 공용 라운지에서는 노트북을 켜고 작업하는 이들과 책을 읽는 이들이 묘한 정적 속에서 공존하고 있었다. 매달 열린다는 와인 시음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우리는 내일의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흰 죽 한 숟가락이 밤새 눅눅했던 몸속을 온화하게 데워주었다. 정갈한 조식 테이블에 앉아 어제 본 길고양이의 행방을 논하는 무용한 대화들. 하지만 그 사소한 이야기들이야말로 우리가 이곳에 온 진짜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티미오스 인에서의 시간은 그렇게 느리고 다정하게 흘러갔다.
창밖으로 투명한 빗방울이 하나둘 유리창을 적시기 시작했다.
- 아삼 육원의 바삭한 육원은 기다림의 시간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 티미오스 인의 공용 라운지에서 느긋하게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