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묘리현 태안향으로 접어드는 길은 공기의 밀도부터가 달랐다. 도시의 그것보다 한 겹 더 서늘한 기운이, 마치 냉장고에서 막 꺼낸 잘 익은 과일처럼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차창 밖으로는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단풍잎들이 수줍게 색을 바꾸기 시작했고, 그 풍경을 바라보던 둘째가 뒷좌석에서 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빠, 온천수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야?"
정확한 지질학적 답변 대신, 나는 그저 땅속 깊은 곳에서 지구의 뜨거운 심장이 물을 밀어 올리는 것이라고 대충 대답했다. 아이는 그 모호한 대답이 못마땅한지 한동안 창밖의 첩첩산중을 유심히 관찰했다. 호텔에 도착해 스파 센터로 향하기 위해 건넌 출렁다리는 이번 여행의 첫 번째 관문이었다. 발밑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진동과 그 아래로 세차게 흐르는 계곡물의 청량한 소리가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아이들은 다리 위에서 서로 먼저 가겠다며 작은 소동을 피웠고, 그 천진난만한 소란함이 구월의 고요한 산속 공기를 기분 좋게 흔들었다. 걷는 내내 코끝을 스치는 젖은 흙 내음과 오래된 나무의 향기가 묘리의 가을이 이미 우리 곁에 도착했음을 구체적인 감각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경계를 넘어 온기가 시작되는 찰나
호텔 로비의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외부의 서늘한 공기는 마법처럼 사라지고 눅눅하면서도 포근한 온기가 온몸을 감싸 안았다. 온도와 습도의 급격한 변화는 마치 현실의 세계를 지나 다른 차원의 안식처로 진입하는 통로를 통과한 것 같은 기분을 선사했다. 로비 곳곳에는 은은한 유황 냄새가 배어 있었는데, 그것은 자극적이지 않고 덤덤하게 마음을 고요해지는 향이었다.
체크인을 도와주는 직원의 목소리는 산속의 정적을 닮아 차분했다. 아이들이 들뜬 마음에 로비 바닥을 가볍게 뛰어다녀도, 그들은 그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서두르지 않는 그들의 태도에서 이곳의 시간이 도시보다 천천히 흐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짐을 옮기는 카트의 규칙적인 바퀴 소리와 너무 밝지 않게 아래를 비추는 은은한 조명은 여행자의 긴장을 완벽하게 해제시켰다. 밖에서는 여전히 가을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이곳의 공기는 정지된 호수처럼 평온했다. 그 정지된 시간 속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우리 가족의 작은 요새, 조약돌이 주는 위로
우리가 묵게 된 虎山溫泉會館(湯之島)-泰安溫泉의 객실 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넓은 침대로 몸을 던졌다. 넉넉한 크기의 침대는 아이들이 마음껏 뒹굴어도 공간이 남았고, 어른들에게 그 남은 자리는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작은 섬처럼 느껴졌다. 이 방의 진정한 백미는 단연 조약돌 욕조였다. 욕조 바닥에 깔린 매끄러운 돌들이 피부에 닿는 생경한 감촉은 마치 자연의 마사지를 받는 듯했다.
뜨거운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발바닥으로 돌의 질감을 하나하나 느껴보았다. 비단 한 겹을 두른 듯 미끄러운 온천수가 피부를 부드럽게 감쌌고, 아이들은 욕조 안에서 물놀이를 하며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로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욕실 바닥이 금세 물바다가 되었지만 상관없었다. 이곳은 외부의 소음으로부터 완벽하게 격리된 우리 가족만의 일시적인 요새였으니까.
저녁으로 맛본 철갑상어 훠궈는 이번 여행의 정점이었다. 뽀얗고 진한 국물이 숟가락에 묵직하게 달라붙었고, 탱글탱글한 생선 살을 씹을 때마다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평소 채소를 멀리하던 아이들조차 진한 국물에 적신 채소를 맛있게 먹는 모습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특별한 대화가 없어도,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사이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아이들이 몸에 맞지 않는 커다란 가운을 입고 복도를 펄럭이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이 무용한 시간들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조각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창 너머의 세상과 안전한 거리두기
밤이 깊어 아이들이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든 후, 나는 홀로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창밖의 묘리 산맥은 이제 짙은 푸른색으로 고요해져 있었다. 낮에 보았던 단풍의 붉은 기운은 어둠 속에 숨어버렸고, 오직 깊은 적막만이 산등성이를 덮고 있었다. 투명한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밖은 차갑고 고요한 가을밤이었지만 안은 아이들의 온기와 온천의 잔열로 가득 차 있었다.
그 경계가 주는 안도감이 무척이나 좋았다. 세상의 모든 소란함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오직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에게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 창문에 맺힌 작은 물방울들이 중력을 따라 천천히 흘러내리는 것을 관찰하며, 나는 시간이 이곳에서만은 아주 느리게 흐르고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거창한 깨달음은 없었지만, 지금 이 온도와 습도, 그리고 내 곁에 누워 있는 가족들의 존재만으로도 내 마음의 빈칸은 충분히 채워졌다. 다시 이곳을 찾게 된다면, 그때도 나는 이 창가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어둠 속의 산을 바라보며 평온을 만끽할 것 같다.
아이들의 젖은 발자국이 마른 바닥에 하얗게 남았다.
- 식사 메뉴로 철갑상어 훠궈를 꼭 선택하세요. 깊고 진한 국물 맛이 일품입니다.
- 스파 양생관 이용 시 수영복 착용이 필수이니 잊지 말고 미리 준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