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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날리는 하얀 꽃잎과 엉뚱한 내기

묘리로 향하는 차 안은 여행의 설렘과 소란함이 기분 좋게 뒤섞여 있었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누가 가장 먼저 꼭 필요한 물건을 잊어버릴지 내기를 했다. 결과는 허무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확인해보니 셋 다 충전기를 챙기지 않은 것이다. 서로의 멍청한 얼굴을 마주 보며 터져 나온 헛웃음이 차 안을 가득 채웠다. 결국 보조 배터리 하나를 두고 순번을 정해 충전하기로 했다. 꽤나 비효율적이고 번거로운 방식이었지만, 그 상황 자체가 주는 우스꽝스러움에 우리는 한동안 낄낄거렸다.

창문을 조금 열자 4월의 공기가 훅 밀려 들어왔다. 24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적당한 미지근함이었다. 길가에는 통화 꽃잎들이 마치 하얀 파도처럼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들이 눈송이처럼 흩날렸는데, 그 모습이 꼭 계절을 잊고 늦게 내리는 눈 같았다. 아스팔트 위로 하얗게 쌓인 꽃잎들을 보며 우리는 잠시 말을 멈췄다. 특별한 감상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하얗다는 것, 그리고 지금 우리가 이 길을 함께 지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어깨 위에 내려앉은 작은 꽃잎 하나를 털어내지 않고 그대로 둔 채, 우리는 봄의 한가운데를 계속해서 달렸다.

우연히 멈춰 선 곳에서 만난 뜨거운 위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 우리는 그저 참을 수 없는 허기에 이끌려 길가에 멈췄다. 강지구기라는 이름의 낡은 식당이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나무 탁자와 코끝을 자극하는 진한 육수 냄새가 우리를 반겼다. 메뉴판을 한참 고민하다 훈툰과 육원을 시켰다. 곧이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만두가 나왔다. 숟가락으로 조심스레 떴을 때 느껴지는 만두피의 얇은 촉감과 그 속에 꽉 찬 속재료의 묵직한 밀도가 훌륭했다. 뜨거운 국물을 한 모금 마시자, 여행의 긴장으로 팽팽하게 조여졌던 몸 안의 근육들이 탁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식사를 마친 뒤, 누가 계산할지를 두고 벌인 3분간의 실랑이는 이번 여행의 가장 유치하고도 즐거운 순간이었다. "내가 낼게, 진짜야!"라고 외치는 서로의 모습이 가식적으로 느껴지면서도, 그 사소한 다툼이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져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결국 가위바위보로 결정되었고, 진 사람이 지갑을 열 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낄낄거렸다. 식당 밖으로 나오니 다시 하얀 꽃잎들이 우리를 반겼다. 계획 없이 멈춰 선 곳에서 만난 소박한 음식과 풍경. 대단한 미식 경험은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나누는 뜨거운 국물과 시시한 농담이면 충분한 오후였다.

물 위의 섬, 고요함이 머무는 돌 욕조

虎山溫泉會館(湯之島)-泰安溫泉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이곳이 강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고 바로 안식처에 닿는 것이 아니었다. 문수강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를 건너야만 했다. 다리에 발을 내딛자마자 금속제 케이블이 가늘게 떨리며 발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평소 쿨한 척하던 친구 하나가 갑자기 내 팔을 꽉 잡았다. 다리가 흔들릴 때마다 움찔거리는 그 겁먹은 표정이 꽤나 볼만했다. 우리는 그 친구의 당혹감을 즐기며 천천히 다리를 건넜다. 육지와 떨어진 그곳으로 들어가는 과정은 마치 소란스러운 현실을 뒤로하고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비밀스러운 통로 같았다.

방은 3층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우리는 잠시 서로의 체력을 불쌍하게 여겼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계단을 한 칸씩 오를 때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방 문을 여는 순간 그 수고로움은 씻은 듯 사라졌다. 박석 객실의 정갈한 분위기와 창밖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줄기가 요동치던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특히 발코니에서 들이마신 숲의 진한 피톤치드 향은 폐부 깊숙이 청량함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욕실에 놓인 커다란 돌 욕조가 압권이었다.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우고 몸을 담그자, 탄산수소염천의 물결이 피부에 닿아 비단 한 겹을 바른 것처럼 매끄럽게 감싸 안았다. 뜨거운 온기가 근육의 틈새를 파고들어 굳어 있던 몸을 유연하게 녹여냈다. 욕조 벽의 거친 돌 질감과 대비되는 매끄러운 물의 촉감이 묘한 쾌감을 주었다. 우리는 물속에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끔씩 들려오는 강물 소리와 멀리서 들리는 이름 모를 새소리. 뜨거운 물속에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시간. 굳이 무언가를 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그 무용한 시간이 우리에게는 가장 절실한 치유였다.

잔잔한 물결 소리가 자장가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 4월 중순, 통화 꽃잎이 눈처럼 내리는 묘리의 도로를 달려보세요.
  • 虎山溫泉會館(湯之島)-泰安溫泉의 박석 객실 발코니에서 숲의 정취를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