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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여기서 일출을 보자고 했나

"야, 너 아까 일출 본다고 큰소리쳤잖아. 결과가 이거냐?"

누군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6월의 묘리는 오후 소나기가 알람처럼 정확했다. 눅눅한 흙내음과 비릿한 풀 향기가 코끝을 찔렀고, 우리는 모두 쫄딱 젖어 생쥐 꼴이 되어 있었다.

"기차가 늦은 걸 어떡해! 내 잘못이 아니라고!"

"됐어, 그냥 이 망고나 먹어. 진짜 달다."

"이게 무슨 계획이야. 그냥 길 위에 버려진 거지."

"그게 여행이지, 멍청아!"

서로를 깎아내리며 웃는 소리가 쏴아아 쏟아지는 빗소리에 섞여 들었다. 젖은 운동화는 납덩이처럼 무거워 발걸음마다 찌걱거리는 소리를 냈지만, 입안에 맴도는 망고의 진득하고 농밀한 단맛이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우리는 젖은 어깨를 서로 맞댄 채 한참을 낄낄거렸다.

물의 무게와 돌의 온도

`虎山溫泉會館(湯之島)-泰安溫泉`의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밖의 습한 공기가 거짓말처럼 걷히고, 정적과 안온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호텔로 들어오기 전, 다리를 건너며 느꼈던 설렘이 방 안의 고요함과 만나 묘한 안도감으로 변했다. 방 안은 적당히 서늘했고, 오래된 목재에서 배어 나오는 은은한 나무 향이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회색 돌들이 옹기종기 모인 박석 욕조였다. 처음 손끝을 댔을 때 돌은 서늘한 냉기를 품고 있었지만, 뜨거운 물이 찰랑거리며 차오르자 금세 눅진한 온기를 머금어 피부에 착 달라붙었다.

물에 몸을 담그자 탄산수소염천 특유의 미끄러운 촉감이 온몸을 감쌌다. 마치 투명하고 부드러운 비단 한 겹을 피부 위에 얇게 바른 듯한 매끄러움이었다. 밖은 덥고 습한 여름의 한복판인데, 물속은 뜨겁고 아늑한 이 모순적인 괴리감이 오히려 쾌적한 해방감을 주었다. 창밖으로는 비에 씻겨 더욱 선명해진 짙은 초록색의 산등성이가 겹겹이 펼쳐져 있었고, 그 사이로 옅은 물안개가 춤을 추듯 피어올랐다. 저녁으로 맛본 철갑상어 전골의 담백하고 부드러운 육즙이 여전히 혀끝에 남아 미각을 자극했다. 뜨거운 물이 근육의 긴장을 느슨하게 풀 때마다, 여행의 피로가 물결을 타고 천천히 흩어지는 기분이었다. 체크인 때 만난 조셉의 담백한 미소와 세심한 안내가 떠올랐다.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의 감촉 속에 몸을 묻자,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된 채 오직 나의 숨소리만 들리는 완벽한 고립의 시간이 찾아왔다.

밤의 온도는 조금 더 낮다

"여름에 온천 하는 거, 솔직히 좀 이상하지 않냐?"

밤 11시. 욕조에서 막 나온 친구가 눅눅해진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며 낮게 물었다. 낮의 소란함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방 안에는 가습기처럼 잔잔한 물소리와 먼 곳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만 감돌았다. 열린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밤공기는 낮보다 훨씬 서늘해져, 피부에 닿는 감촉이 기분 좋게 소름 돋았다.

"아니, 오히려 괜찮은데. 땀 쫙 빼고 나니까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진 기분이야."

"졸업하면 이제 이런 거 못 하겠지. 다들 취업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핑계 댈 거고."

"못 하긴 왜 못 해. 돈 많이 벌어서 다시 오면 되지. 그때는 여기보다 더 좋은 방으로 잡아서 오자."

"그렇겠지. 근데 지금 이 물 온도가, 그리고 지금 이 공기가 딱 좋았다."

우리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정적이 흘렀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적당한 온도, 적당한 거리. 그 침묵 속에 서로의 불안과 기대가 옅게 스며들었고, 우리는 그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위안을 얻었다. 서로의 숨소리가 겹쳐지는 밤, 우리는 그렇게 조금 더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창밖의 숲은 이제 어둠을 머금어 더 깊고 진한 초록색이 되어 있었다.

  • 태안 온천의 박석 욕조에서 땀을 뺀 뒤, 차가운 망고 한 조각으로 갈증을 달래볼 것.
  • 횡룡고도의 젖은 나무 냄새를 맡으며, 비 온 뒤의 숲길을 천천히 걸어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