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을 예약할지 말지 망설이고 있는 당신에게. 혹은 어느 나른한 오후, 누군가와 함께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찾고 있는 당신에게 이 글을 보냅니다. 우리는 늘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만, 때로는 그저 적당한 온도의 물에 몸을 담그고 멍하니 천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초록빛 딸기밭이 건네는 다정한 안부
10월의 묘리는 다정했다. 셔츠 소매를 걷어붙여도 춥지 않고,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흐르지 않는 완벽한 온도. 泉銘行館-苗栗大湖採草莓園/休閒農場/民宿/住宿/休閒農場 人氣推薦觀光 採草莓一日遊 草莓醬/草莓酒 親子活動/手做DIY 國旅卡特約 大湖酒莊附近 熱門好評推薦 PTT Dcard의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건 코끝을 스치는 옅은 흙내음과 탁 트인 공간감이었다. 발코니 너머로 펼쳐진 1헥타르의 딸기밭은 아직 붉은 열매를 맺기 전이라 짙은 초록의 바다처럼 일렁였다. "여기 정말 조용하다," 당신이 나지막이 읊조린 말소리가 공기 중에 부드럽게 흩어졌다. 빳빳하게 세탁된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피부에 닿고, 커튼 틈새로 스며든 금빛 햇살이 당신의 어깨 위에 가만히 내려앉은 순간, 나는 우리가 이미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깨달았다.
다음 날 아침, 주인장이 내어준 따뜻한 흰 죽의 담백한 향기가 방 안을 채웠다. 숟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달그락 소리와 창밖의 이름 모를 새소리가 배경음악이 된 식탁에서, 우리는 평소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발밑에서 자갈이 으스러지는 규칙적인 소리를 들으며 딸기밭 사이를 걸을 때, 잎사귀에 맺힌 투명한 이슬이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은 마치 우리가 잃어버렸던 순수함을 다시 찾은 것만 같았다. 딸기 잎사귀들이 바람에 몸을 비비며 내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고, 함께 참여한 딸기 잼 만들기 체험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온 옷가지에 배어들 때까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끈적이는 설탕의 질감과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잼의 소리는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근처 작은 국수집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진한 육수의 국수를 나누어 먹으며, 우리는 서로의 입가에 묻은 국물을 닦아주며 작게 웃었다. 거창한 행복은 아니었지만, 이런 작은 조각들이 모여 우리의 하루를 완성하고 있었다.
물결 속에 잠긴 우리만의 비밀스러운 시간
욕조에 따뜻한 물을 채우자 뽀얀 김이 올라와 거울을 흐릿하게 지웠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의 물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얼굴 대신 천장의 무늬를 세며 낮은 숨을 나누었다. 찰랑이는 물결이 만드는 작은 파동이 우리 사이의 침묵을 메웠고, 그 고요함은 오히려 어떤 대화보다 밀도 높게 다가왔다. 물속에서 서로의 손끝이 스칠 때마다 작은 전기 신호가 흐르는 것 같았다.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공간이 주는 안도감이 우리를 얼마나 무장해제 시켰는지. 젖은 피부 위로 느껴지는 서늘한 공기와 대비되는 욕조의 온기는 마치 세상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는 투명한 막처럼 느껴졌다.
머리를 말려주는 드라이기의 미지근한 바람이 젖은 머리카락 사이를 헤집을 때, 나는 이 느린 지체가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네," 당신의 그 한마디에 마음속 팽팽했던 긴장의 끈이 툭 하고 끊어졌다. 무용한 시간들이야말로 가장 사치스러운 선물이라는 것을, 이 작은 방의 온기가 가르쳐주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는 조금 더 오래 누워 당신의 숨소리를 듣고 싶다.
창가에 놓인 빈 컵에 오후의 햇살이 가득 고여 있었다.
- 아침에 제공되는 따뜻한 죽은 꼭 천천히 음미하며 드시길 권합니다.
- 딸기밭 사이의 자갈길을 걸을 때는 편한 신발을 신으세요. 발바닥에 닿는 감촉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