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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0, 햇살이 머무는 조식 식당

창가로 스며든 금빛 아침 햇살이 테이블 위로 길게 누웠다. 둘째가 접시에 담긴 알록달록한 과일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아빠, 과일이 왜 이렇게 예쁜 색깔이야?" 나는 대답 대신 시원한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 마시며 아이의 웃음을 바라보았다. 현대적인 감각의 식당 안은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와 정갈한 식기들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로 가득했다. 묘리현의 비옥한 땅에서 자란 현지 식재료로 차려진 요리들은 화려한 기교 없이도 재료 본연의 정직한 맛을 내뿜었다. 첫째는 갓 구운 빵을 입에 문 채, 창밖으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새벽 안개를 멍하니 구경하고 있었다. 주스를 쏟은 컵을 닦아내고 흩어진 냅킨을 줍는 소란스러운 일들이 반복되었지만, 그마저도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고소한 빵 냄새와 가족들의 웅성거림이 섞인 이 공기가 무척이나 다정했다. 적당히 소란스럽고, 적당히 배부른, 완벽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14:00, 고요가 내려앉은 객실

한낮의 열기를 뒤로하고 돌아온 방은 서늘하고 쾌적한 공기로 우리를 맞이했다. 泰安觀止溫泉會館 특유의 절제된 미학이 돋보이는 회색빛 노출 콘크리트 벽과 밝은 삼나무 바닥이 조화롭게 마주 보고 있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닿은 나무 바닥의 촉감은 생각보다 보드라웠고, 그 온기가 발바닥을 통해 온몸으로 퍼졌다. 첫째는 침대에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둘째는 욕실의 개인 자쿠지에 물을 채우자며 성화를 부렸다. 수도꼭지를 틀자 탄산수소염천의 맑은 물이 쏟아지며 방 안의 정적을 기분 좋게 채웠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니 마치 피부 위에 투명한 비단 한 겹을 바른 듯 미끄럽고 매끄러운 감각이 전해졌다. 아이들은 물속에서 거품 놀이를 하며 깔깔거렸고, 나는 그 천진난만한 모습을 가만히 관찰했다. 통유리창 너머로 2월의 묘리 산세가 펼쳐졌고, 안개가 서서히 걷히며 드러난 초록색 능선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선명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충만한 시간이었다.

19:00, 온기가 흐르는 밤의 산책

든든하게 저녁 식사를 마친 가족들의 걸음걸이는 한결 느긋해졌다. 우리는 천천히 호텔 내부를 거닐며 이 공간이 주는 평온함을 만끽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순간, 진한 편백나무 향이 코끝을 스치며 복잡했던 마음을 차분하게 눌러주었다. 우리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야외 온천 구역으로 향했다. 2월의 밤공기는 피부를 찌를 듯 차가웠지만, 탕 속의 물 온도는 정확히 적당했다. 노천탕에 몸을 깊숙이 밀어 넣자, 머리는 서늘하고 몸은 뜨거운 감각의 대비가 묘한 쾌감을 주었다. 작은 바에서 제공하는 따뜻한 생강차 한 잔을 손에 쥐니, 컵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손가락 끝을 지나 심장까지 전달되는 기분이었다. 둘째는 온천탕 옆의 대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꼭 누군가 비밀스럽게 속삭이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저 그렇구나, 하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긴 말이 필요 없는, 그 정도의 대화면 충분한 밤이었다.

22:00, 오직 우리만 남은 시간

아이들의 숨소리가 규칙적이고 깊어졌다. 방 안에는 이제 은은한 낮은 조명과 낮은 속삭임만이 남았다. 창밖으로는 웬수이 강의 물소리가 아주 작고 세밀하게 들려와 마음을 진정시켰다. 밤하늘에 보석처럼 흩뿌려진 별들이 통유리창을 통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아내와 나란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우리는 내일의 계획을 세우는 대신, 지금 이 침대의 포근함과 적당한 실내 온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기 오길 정말 잘했네." 아내의 낮은 목소리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泰安觀止溫泉會館에서의 하룻밤은 무언가 거창한 깨달음을 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젖은 수건의 눅눅함, 피부에 남은 따뜻한 물의 기억, 그리고 곤히 잠든 아이들의 얼굴이 주는 소박한 행복이 전부였다. 삶의 에너지를 60퍼센트만 쓰고 나머지는 온전히 비축하는, 진정한 의미의 휴식이었다.

창문에 서린 하얀 김 위로 작은 손가락이 하트를 그렸다.

  • 2월의 묘리는 안개가 잦으니, 가벼운 겉옷을 챙겨 산책하는 것을 추천한다.
  • 야외탕 이용 후 마시는 따뜻한 생강차의 온기를 꼭 경험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