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의 우리에게. 그때의 우리는 무엇을 잊었을까. 산속의 눅눅한 공기와 누가 먼저 씻을 것인가를 두고 벌였던 유치한 논쟁,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별거 아니었다고 말하며 함께 웃던 얼굴들이 기억나길 바란다.
5년 뒤에도 선명하게 남을 네 가지 조각
무채색의 프레임과 초록의 대비. 泰安觀止溫泉會館의 노출 콘크리트 벽은 서늘하고 무뚝뚝했다. 하지만 그 무채색의 틀 너머로 펼쳐진 4월의 묘리 산세는 숨이 막힐 정도로 푸르러서, 마치 잘 짜인 한 폭의 풍경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차가운 시멘트 벽에 등을 기대고 있으면, 창밖의 생동감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무채색의 공간 속에 머물며 초록색의 농도를 관찰하는 일은 생각보다 쾌적하고 안온한 일이었다.
피부에 감기는 비단 같은 온기. 미인탕의 온천수에 몸을 담그자 미끄러운 물결이 피부 위로 얇은 비단 한 겹을 덧바른 듯 부드럽게 감겼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하얀 수증기 속에서 "정말 아무 생각 안 난다"라고 중얼거리며 느꼈던 그 완전한 정적이 그립다. 욕조 끝에 머리를 기대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시간, 뜨거운 물속에서 피부의 경계가 모호해질 때쯤 느꼈던 그 나른한 해방감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투명한 만두피 속의 진한 위로. 강기구기에서 맛본 완탕은 육수가 깊고 만두피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 투명했다. 숟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말랑한 식감과 뜨거운 국물이 목을 타고 넘어갈 때, 우리는 구구절절한 설명 대신 묵묵한 젓가락질로 서로의 만족감을 확인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릇 앞에서 나누었던 짧은 침묵은 어떤 미식 평론보다 더 확실한 찬사였으며, 그 투박한 맛은 여행의 허기를 따뜻하게 채워주었다.
어깨 위에 내려앉은 하얀 기억. 바람에 흩날린 유동나무 꽃잎들이 눈송이처럼 어깨 위로 가볍게 내려앉았다. 옷깃에 묻은 작은 하얀 점들을 서로 떼어내 주며 걷던 그 길, 코끝을 스치던 서늘한 산 공기와 꽃잎의 무게 없는 다정함이 기억에 남는다. "눈이 내리는 것 같아"라고 속삭였던 그 찰나의 감각은 묘리의 산길을 따라 흐르던 고요한 공기와 함께 우리 마음속에 작은 조각으로 남았다.
5년 후 이 기록을 다시 펼쳤을 때
아마 우리는 나누었던 대화의 세세한 내용은 잊었을 것이다. 하지만 泰安觀止溫泉會館의 미니멀한 공간에서 휴지 한 장을 가지러 가기 위해 거실을 가로질러 한참을 걸어야 했던 그 우스꽝스러운 불편함은 기억날지도 모른다. "이것도 다 사치지"라며 낄낄거리던 낮은 목소리, 인피니티 풀 끝자락에서 산맥의 능선을 바라보며 나누었던 무용함의 대화들. 4월의 습한 공기와 온천의 묵직한 온도가 교차하던 감각이 트리거가 되어 그날의 온도를 다시 불러올 것이다. 우리는 특별한 깨달음을 얻으려 애쓰지 않았고, 그저 함께 누워 천장을 보거나 물속에서 발가락을 움직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나던 은은한 온천수 냄새.
- 4월의 묘리를 방문한다면 유동나무 꽃이 만개한 산책로를 천천히 걸어볼 것.
- 泰安觀止溫泉會館의 현대적인 탕屋에서 온전한 휴식을 취하며 계절의 변화를 느껴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