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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투른 약속과 묘리로 향하는 길

이번 여행의 시작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기였다. 누가 가장 늦게 약속 장소에 나타날 것인가. 결과는 뻔했다. 셋 다 늦었고, 우리는 서로의 지각을 탓하며 묘리로 향하는 차 안에서 꽤 오랜 시간 투덜거렸다. 10월의 공기는 얇은 종이처럼 바스락거릴 정도로 쾌적했다. 덥지도 춥지도 않아 굳이 외투를 챙길 필요가 없는, 딱 그만큼의 다정한 온도. 창문을 조금 열자 묘리의 산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초록색이 조금씩 옅어지며 가을의 색을 준비하는 산등성이와 그 사이를 몽글몽글하게 메운 낮은 구름들이 보였다. 우리는 특별한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다. 그저 차가 이끄는 대로, 혹은 누군가의 서툰 내비게이션 안내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길을 잃으면 어떡해?'라는 걱정보다 '어디로 가게 될까'라는 기대가 더 컸다. 짐칸에 던져놓은 가방 속에서 칫솔 하나를 잊은 친구가 있었지만, 아무도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 무책임한 자유로움이 우리를 더 가볍게 만들었다.

길을 잃어 발견한 초록의 위로

결국 길을 잘못 들었다.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방향과 실제 풍경이 어긋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오히려 묘한 흥분을 느꼈다. 마치 비밀의 문을 연 것처럼 이름 모를 대나무 숲길이 나타났다.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 잎들이 서로의 몸을 부딪치며 서걱거리는 소리를 냈는데, 그것은 마치 숲이 우리에게 건네는 낮은 속삭임 같았다. 우리는 잠시 차를 세우고 그 규칙적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강기구기'라는 식당에 홀리듯 들어갔다. 메뉴판을 볼 것도 없이 완탕을 시켰다. 얇은 피 속에 꽉 찬 고기의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국물이 입안을 감쌌다. 뜨거운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갈 때, 비로소 우리가 묘리의 품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났다. 누군가는 국물 맛이 평범하다고 했지만, 나는 그 정직한 평범함이 좋았다. 70년의 시간이 쌓였다는 거창한 말보다, 지금 내 입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도가 더 진실하게 다가왔다. 다시 차에 올라탔을 때, 우리는 다음번의 '기분 좋은 길 잃음'을 기대하며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회색의 정적과 나무의 온기, 그 사이의 휴식

泰安觀止溫泉會館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한 것은 거대한 회색빛의 노출 콘크리트 벽이었다. 차갑고 딱딱해 보였지만, 그 곁을 묵묵히 지키는 삼나무의 짙은 색과 묘하게 어우러져 현대적인 절제미를 완성하고 있었다. 객실 문을 열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삼나무 향이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바닥은 부드러운 삼나무로 마감되어 발바닥에 닿는 감촉이 포근했고, 벽면은 세련된 회색 암석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 있어 마치 자연의 일부가 된 기분이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넓은 침대에 몸을 던졌다. 몸이 깊숙이 푹 꺼지는 느낌이 마치 거대한 마시멜로 속에 파묻힌 것 같아 절로 낮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곳의 진짜 목적은 방 안에 마련된 전용 자쿠지였다. 물을 채우고 천천히 몸을 담갔다. 泰安觀止溫泉會館의 탄산수소염천은 피부에 닿는 순간 미끄러운 촉감을 선사했다. 마치 얇은 비단 한 겹을 피부 위에 정성스럽게 바른 것 같은 매끄러움이었다. 통유리창 너머로 10월의 산등성이가 보였다. 해가 낮게 깔리며 산 전체가 옅은 오렌지빛으로 물들어가는 광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우리는 평소처럼 시끄럽게 떠들지 않았다. 그저 뜨거운 물속에서 멍하니 산을 바라보며,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서로의 편안함을 공유했다. 누군가 물속에서 포도 한 알을 꺼내 코끝에 올리려다 실패했고, 우리는 짧게 웃었다. 그 정도의 소음이면 충분했다. 젖은 수건이 바닥에 툭 떨어지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계곡의 물소리, 그리고 가끔 섞이는 낮은 숨소리. 누워있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었다면, 이 여행은 완벽하게 성공한 셈이었다.

김이 서린 유리창 너머로 밤하늘의 별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 강기구기의 완탕은 꼭 드셔보세요.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함이 일품입니다.
  • 泰安觀止溫泉會館의 인피니티 풀에서 산맥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