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하라에서 산 아이스크림은 예상보다 훨씬 더 차갑고 강렬했다. 혀끝에 닿는 순간 찌릿한 냉기가 뇌를 깨웠고, 뒤이어 진한 우유의 풍미가 입안을 묵직하게 채웠다. 4월의 타이중 공기는 적당히 미지근해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는데, 입안의 온도는 급격히 내려가며 묘한 해방감을 주었다. 우리는 말없이 그것을 나누어 먹었다. 숟가락이 컵 바닥에 부딪히며 내는 챙그랑거리는 작은 금속음이 소란스러운 거리의 소음 사이로 리듬감 있게 섞여 들었다. 달콤함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약간의 텁텁함조차 이 도시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진짜 차갑다," 당신이 작게 읊조렸고, 우리는 서로의 입가에 묻은 하얀 크림을 보며 짧게 웃었다. 거창한 대화는 없었지만, 혀끝에서 시작된 그 서늘한 달콤함이 우리 사이의 어색한 공기를 천천히 녹여내고 있었다. 그것은 낯선 도시가 우리에게 건넨 첫 번째 인사였으며, 동시에 서로의 경계를 허무는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열쇠였다.
정적이 머무는 하얀 여백의 공간
호텔로 돌아오는 길, 공기는 조금 더 눅눅해져 있었다. 습도 77퍼센트의 공기가 피부에 닿는 느낌은 마치 얇은 비단 한 겹을 온몸에 두른 듯 무거웠다. Bao Dao 53 Xing Guan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우리를 맞이한 것은 눈이 시릴 만큼 밝은 조명과 팽팽하게 당겨진 하얀 시트였다. 침대에 몸을 던졌을 때, 등 뒤로 전해지는 적당한 탄성은 여행의 피로를 단숨에 흡수하는 것 같았다. 방 안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복도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발소리가 오히려 이 공간의 정적을 더 깊고 아늑하게 만들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타이중의 오후 빛이 커튼 틈새로 가늘게 스며들어 바닥에 긴 황금빛 선을 그었다. 우리는 짐을 풀 생각도 잊은 채 한동안 그 빛의 궤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욕실의 타일은 발바닥에 닿을 때 기분 좋게 서늘했고, 수건에서는 갓 세탁한 빳빳한 면 냄새가 났다. 화려한 장식보다 이런 사소하고 정갈한 디테일들이 주는 안락함이 우리를 더 깊은 휴식 속으로 고요해지게 했다. 도심의 소란함에서 한 걸음 물러나 오직 우리만의 호흡에 집중할 수 있는, 완벽한 은신처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냉기가 지나간 자리에 핀 온기
작은 테이블 위에 놓인 물컵 두 개. 당신이 먼저 물을 마시고 컵을 내려놓을 때, 툭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그 작은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릴 만큼 방 안은 밀도 높은 고요에 잠겨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시선을 살짝 피하며 낮에 보았던 통화 꽃에 대해 이야기했다. 산길을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하얀 꽃잎들이 바람에 날려 어깨에 붙어 있었다며, 당신이 내 어깨를 가볍게 툭툭 쳤다. 손끝이 닿은 곳이 살짝 뜨거웠다. 그것은 아이스크림의 냉기가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비로소 선명하게 느껴지는 사람의 온기였다. 문에 달린 추가 잠금장치를 철컥하고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그 작은 금속음은 이제 이 세상에 우리 둘뿐이라는 은밀한 선언처럼 들려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우리는 특별한 약속이나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저 나란히 누워 천장의 무늬를 세거나, 의미 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가는 것이야말로 이 여행의 진짜 목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숨소리가 일정해질 때까지 나는 가만히 누워 있었다.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아주 적당한 거리의 온도가 거기 있었다.
신발을 벗고 나란히 누운 발끝이 서로에게 살짝 닿아 있었다.
- 미야하라 아이스크림을 들고 Bao Dao 53 Xing Guan 주변의 고요한 골목 산책하기
- 호텔 내 카페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타이중의 오후 빛 감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