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중역에서 내려 호텔까지 걷는 길은 거대한 찜통 속을 유영하는 기분이었다. 공기는 끈적한 점성을 띠어 피부에 달라붙었고, 숨을 쉴 때마다 눅눅한 열기가 폐부 깊숙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Bao Dao 53 Xing Guan 로비에 들어선 순간, 피부를 스치는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마치 깊은 수영장 속으로 뛰어든 것처럼 청량하게 느껴졌다. 밝은 객실의 조명 아래 빳빳하게 정돈된 흰색 시트 위에 몸을 던졌을 때, 비로소 여행의 긴장이 풀리며 안도감이 밀려왔다. 쾌적한 온도가 몸의 마디마디를 천천히 녹여주는, 더할 나위 없는 시작이었다.
우리는 내기를 했다. 누가 먼저 땀 때문에 짜증을 낼 것인가. 결과는 뻔했다. 호텔 로비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모두가 패배해 서로를 탓하며 투덜거렸다. 그런데 Bao Dao 53 Xing Guan 문을 열자마자 쏟아지는 냉기에 다들 일시 정지 상태가 됐다. 밖은 32도의 습한 지옥이었는데, 이곳은 마치 다른 행성에 온 것처럼 고요하고 시원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침대로 다이빙했다. 푹신한 매트리스가 몸을 감싸 안았고, 창밖의 소란스러운 자동차 경적 소리가 아득한 배경음처럼 멀어졌다.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달콤한 냉기, 서로 다른 기억의 조각
미야하라의 아이스크림은 혀끝에 닿자마자 날카로운 냉기를 뿜어냈다. 진한 우유의 풍미가 입안 전체를 벨벳처럼 부드럽게 감쌌고, 차가운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며 몸속에 쌓인 열기를 빠르게 씻어냈다. 숟가락으로 떠낼 때 느껴지는 묵직한 질감과 조금씩 녹아내리는 속도가 아쉬울 정도로 강렬한 달콤함이었다. 8월의 눅눅한 공기 속에서 유일하게 선명하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 감각이었다. 화려한 토핑보다 그 서늘한 온도 자체가 주는 쾌감이 컸으며, 입안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그 짧은 순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밀도 높은 시간으로 기억된다.
미야하라 건물 안으로 들어섰을 때, 우리는 이곳이 아이스크림 가게인지 고풍스러운 도서관인지 헷갈려 했다. 천장까지 닿을 듯 켜켜이 쌓인 상자들과 묵직한 나무 향기가 공간을 압도하고 있었다. 사람들에 밀려 줄을 서 있는 동안 서로의 어깨가 닿았고, 다들 덥다며 연신 손부채질을 했다. 하지만 막상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 황금빛 조명이 흐르는 공간을 둘러보니 묘한 해방감이 느껴졌다. 오래된 종이 냄새와 달콤한 바닐라 향이 섞인 공기, 그리고 함께 땀 흘리며 기다렸던 그 소란스러운 과정이 맛보다 더 진하게 기억에 남았다.
우리가 유일하게 합의한 것
우리는 여행 내내 사소한 것으로 다퉜다. 어디를 갈지, 무엇을 먹을지, 왜 이렇게 습한지. 하지만 호텔의 하얀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웠을 때만큼은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했다. 적당한 탄성의 매트리스와 몸을 감싸는 깨끗한 리넨의 서늘한 촉감, 그리고 방 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쾌적한 온도. 이 세 가지가 결합했을 때 오는 완벽한 안락함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었다. 1층 카페의 커피 향이나 피트니스 센터의 활기보다, 무용한 시간 속에 파묻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정적이 우리에겐 가장 효율적인 휴식이었다. 밖에는 여전히 소나기가 도로를 적시고 있었지만, 방 안의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섬에 머물고 있었다.
창밖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타이중의 밤거리가 적당히 소란스럽게 반짝였다.
- 미야하라 아이스크림은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해야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 Bao Dao 53 Xing Guan은 타이중역과 매우 가까워 무거운 짐을 가지고 이동하기에 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