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침대 시트: 빳빳하게 잘 말려진 면의 서늘한 감촉, 은은하게 감도는 세제 향기, 세 사람의 온기가 엉켜 눅눅해진 구석. 구글 맵의 파란 점을 중심으로 누구 하나 양보 없이 손가락질하며 다음 목적지를 정하던 그 치열하고도 유치한 논쟁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TV 앞 작은 테이블: 바스락거리는 과자 봉지의 소음, 컵 표면에 맺혀 흘러내린 차가운 물방울, 흩뿌려진 달콤한 부스러기들. 내일은 반드시 일찍 일어나 타이중의 아침을 맞이하자던, 결국 아무도 지키지 않은 허망한 약속들의 무덤이었다.
문 위의 추가 잠금장치: 툭, 하고 맞물리는 묵직한 금속성 소리, 외부의 소음을 단번에 끊어내는 정적, 우리만의 성벽이 완성되었다는 안도감. 누군가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우리끼리만 공유하고 싶은 비밀스러운 공기를 가두기 위해 걸어 잠갔던 그 순간의 긴장감을 기억한다.
욕실 옆 전신 거울: 피부에 닿는 설프란 바디워시의 부드러운 거품 향, 환하게 켜진 조명 아래 비친 들뜬 얼굴들, 서로의 옷차림을 훑어보던 날카로운 시선. "그 옷은 좀 과하지 않아?"라는 툭 던진 말 한마디에 결국 다 같이 자지러지게 웃음을 터뜨렸던 그 찰나의 표정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호텔 카드키: 손끝에 닿는 딱딱하고 차가운 플라스틱의 질감, 가위바위보를 할 때의 팽팽한 공기, 주머니 속에서 짤랑거리는 소리. 가장 덜 꼼꼼한 친구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키를 두고, 과연 언제쯤 분실 신고를 하게 될지 내기를 걸었던 우리의 짓궂은 장난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이 무생물들이 우리의 여행을 기록한다면
방 안의 물건들이 입을 열어 우리를 묘사한다면, 아마 "참 소란스럽고 사랑스러운 이방인들이 왔다"고 말할 것이다. 12월의 타이중은 공기가 건조해 피부가 살짝 당겼지만, 쏟아지는 햇살만큼은 미지근하고 다정했다. 우리가 묵은 Bao Dao 53 Xing Guan의 객실은 생각보다 훨씬 쾌적했다. 29인치 대형 캐리어를 활짝 펼쳐놓아도 동선에 방해가 되지 않을 만큼 넉넉한 공간 덕분에, 우리는 짐을 푸는 시간조차 하나의 놀이처럼 즐겼다.
"야, 진짜 내일은 7시에 일어나는 거다? 약속해!"라고 외쳤지만, 정작 우리는 침대에 누워 천장의 무늬를 세며 낄낄거리느라 새벽을 보냈다. 창문 없는 방이었지만, 오히려 그 폐쇄성이 우리를 더 밀착시켰고 대화의 밀도는 더욱 짙어졌다. 호텔 문을 나서면 미야하라 아이스크림 가게까지 단 2분. 그 짧은 거리를 걸으며 누가 더 많은 양의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지 내기를 했다. 결과는 모두의 처참한 패배였다. 혀끝이 얼얼할 정도로 진한 달콤함이 12월의 건조한 바람과 섞여 묘하게 기분 좋은 여운을 남겼다.
우리는 대단한 명소를 정복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낯선 도시의 한복판에서 평소처럼 서로를 깎아내리고, 배가 고파지면 근처 시장의 소란함 속으로 뛰어드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이었다. Bao Dao 53 Xing Guan의 친절한 직원들이 체크아웃을 도와줄 때, 우리는 보답하듯 방을 적당히 어지럽혀 놓았다. 짐을 쌀 때 보니 양말 한 짝이 사라졌는데, 아마 이 방 어딘가에 우리의 멍청하고도 찬란했던 기억 하나가 더 남겨진 모양이다.
밤의 타이중 거리는 적당히 소란했고, 우리는 그 소음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 미야하라 아이스크림의 진한 풍미를 즐기며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사이를 거닐기.
- 친메이 성품서점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겨울밤의 서늘한 공기 만끽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