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서 짐을 옮기는 꼴이 흡사 이삿짐 센터 같았다.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을 긁는 캐리어 바퀴 소리가 로비의 높은 천장을 타고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누가 예약을 했는지조차 가물가물한 상태로 들어선 Tai Zhong Ri Guang Wen Quan Hui Guan은 묵직한 검은 관음석 외관만큼이나 압도적이었다. 체크인하는 동안 누가 수영모를 챙겼는지 내기를 했지만 결과는 전원 탈락. 11월의 서늘한 공기가 피부에 닿을 때쯤, 로비에 감도는 은은한 침향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엉망진창인 시작이었지만, 그래서 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호텔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네 가지
누워 있는 것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계획이다: 임페리얼 룸의 광활한 공간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선사했다. 푹신한 침대에 각자 다른 방향으로 널브러져 천장의 무늬를 세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었으며, "이게 진짜 여행이지"라는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정적 속에 기분 좋게 내려앉아 우리를 더 깊은 나태함으로 이끌었다.
수영모는 생각보다 훨씬 굴욕적이다: 야외 스파 구역에서 쓴 검은 수영모는 우리를 순식간에 똑같이 생긴 버섯들로 만들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눌린 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로를 보며 비웃는 것으로 우리는 끈끈한 우정을 확인했고, 거울 속 내 모습에 경악하면서도 친구의 모습은 그보다 더 가관이라며 배를 잡고 낄낄거렸다.
온천 후의 허기는 정직하고 잔인하다: 식후 입욕을 권장하는 안내문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 채, 우리는 하나무에 레스토랑의 뷔페로 돌진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데운 뒤 맛보는 음식들은 혀끝에 더 선명하고 정직하게 감겼으며, 포만감이 밀려올 때의 그 나른한 안락함이야말로 이번 여행이 우리에게 준 가장 정직한 보상이었다.
등산로의 거리는 마음의 거리와 비례한다: 호텔 옆 다컹 등산로가 가깝다는 말에 속아 가벼운 마음으로 발을 뗐지만, 11월의 바람은 생각보다 차가웠고 다리는 무거웠다. 결국 정상 근처에도 가기 전에 서로의 체력을 탓하며 굴욕적인 퇴각을 결정했고, "건강해지려고 온 게 아니라 쉬러 온 거잖아"라는 궁색한 합리화가 차가운 공중에 흩어졌다.
리스트 밖에서 발견한 것들
계획표에 없던 순간들이 결국 가장 깊은 잔상을 남긴다. 밤늦게 들어간 온천탕의 탄산수소염천은 피부에 비단 한 겹을 바른 듯 미끈거리는 촉감을 남겼다. 쌀쌀한 밤공기가 뺨을 때릴 때마다 뜨거운 물속으로 더 깊이 몸을 밀어 넣었고, 그 온도 차가 주는 쾌락에 취해 우리는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시시콜콜한 고백들을 쏟아냈다. 물 위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하얀 김 사이로 보이는 친구의 풀린 눈동자가 그 어떤 야경보다 근사해 보였다. Tai Zhong Ri Guang Wen Quan Hui Guan의 창밖으로 보인 11월의 숲은 햇살을 받아 조금씩 빛이 바래가고 있었고, 그 정적인 풍경 속에 누워 있으니 세상의 모든 소음이 진공 상태처럼 차단되는 기분이었다. 굳이 무언가를 배우려 애쓰지 않아도, 그저 그 공간의 일부가 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물기 어린 발자국이 복도에 길게 남았다.
- 야외 스파 이용 시 검은 수영모를 미리 챙기면 굴욕을 조금 줄일 수 있다.
- 다컹 등산로 산책 후 객실 내 개인 탕에서 몸을 녹이는 코스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