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중역에서 내려 8분쯤 걸었을까. 2월의 공기는 바삭하게 건조했고, 뺨을 스치는 바람에는 기분 좋은 서늘함이 섞여 있었다. Tai Zhong Dong Lv hotel east taichung酒店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나를 맞이한 것은 벽면을 가득 채운 붉은 벽돌의 물결이었다. 마치 도시의 오래된 기억을 겹겹이 쌓아 올린 듯한 깊은 색감이었다. 그 곁에 맞닿은 순백의 타일은 지나치게 깨끗해서, 마치 과거와 현재가 날카롭게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욕실에서부터 미마레 올리브 오일 샴푸의 은은하고 싱그러운 향이 밀려왔다. 건식과 습식이 분리된 욕실의 타일은 발바닥에 닿을 때마다 정직하고 단단한 감촉을 전했다. 거친 벽돌 벽에 가만히 등을 기대어 서 있자니, 공간이 가진 적당한 무게감이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차분하게 눌러주었다. 특별할 것 없는 오후였지만, 그 붉은색이 주는 포근한 온기 덕분에 이곳에 머물기로 한 선택이 옳았음을 직감했다.
발바닥에 닿는 나무 바닥의 질감이 보드라웠다. 신발을 벗고 들어선 방 안에는 2월의 낮은 햇살이 길게 누워 있었다. 커튼 틈새로 스며든 빛이 하얀 타일 위에서 잘게 부서지는 모양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공중에 떠다니는 작은 먼지들조차 빛을 받아 금가루처럼 반짝이는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침대 위에 놓인 체리구스 구스다운 이불은 보기만 해도 포근한 구름 같았다. 그 속에 몸을 깊숙이 묻으면 세상의 모든 소음과 걱정이 일순간에 차단될 것만 같은 안도감이 들었다. 파나소닉 텔레비전의 매끄러운 검은 화면 위로 창밖의 풍경이 희미한 잔상처럼 비쳤다. 우리는 서로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았지만, 방 안을 채운 정적은 어색함이 아니라 깊은 신뢰에 가까웠다. 넓은 창으로 쏟아지는 빛과 나무 바닥의 갈색, 그리고 벽돌의 붉은색이 어우러져 방 전체가 따뜻한 호박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 색감 속에 가만히 누워 있자니 비로소 팽팽했던 긴장이 느슨하게 풀리는 기분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밤의 대화
밤이 깊어질 무렵,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로비의 야식 코너로 향했다. 정갈하게 놓인 따뜻한 면 요리와 신선한 과일들이 여행자의 허기를 다정하게 달래주고 있었다. 밖은 17도의 서늘한 겨울밤이었지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수를 한 그릇씩 나누어 먹는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곳에 있는 것 같았다. 진한 국물 한 모금에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렸고, 달콤한 과일 한 조각에 입안이 상쾌하게 깨어났다. 우리는 그곳에서 내일의 여정을 속삭였다. 도보 10분 거리에 있다는 미야하라 안과와 류촨 수변 산책로. 굳이 지도를 켜지 않아도 될 만큼 가까운 거리라는 사실이 우리를 설레게 했다. 내일 아침에는 육조와 볶음면이 준비된 풍성한 조식을 즐길 생각에 기분이 들떴다. 화려한 계획은 없었지만, 조식부터 애프터눈 티, 그리고 이 늦은 밤의 야식까지 이어지는 세심한 배려가 우리의 여행을 빈틈없이 채워주고 있었다. 무용한 시간들이 모여 결국 가장 소중한 즐거움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따뜻한 면발을 나누며 조용히 확인했다.
붉은 벽돌 벽에 나란히 기대어 잠시 눈을 감았다.
- 도보 10분 거리의 미야하라 안과에서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맛보길 권한다.
- 여행의 피로가 쌓였다면 호텔 내 제휴 마사지 샵에서 발 마사지를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