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중역에서 내려 Tai Zhong Dong Lv hotel east taichung酒店로 향하는 길, 12월의 공기는 바삭하게 말라 있었다. 뺨을 스치는 바람은 서늘했지만, 낮게 내려앉은 햇살은 여전히 미지근한 온기를 품고 있어 묘한 계절감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미야하라 안과에서 혀끝이 얼어붙을 만큼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으며,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과 함께 도심의 소음을 가로질러 호텔로 들어섰다. 로비의 쾌적한 공기가 피부를 감싸는 순간, 객실 문을 열자마자 우리를 맞이한 것은 묵직하고 투박한 붉은 벽돌 벽이었다. 거친 벽돌의 질감과 매끄러운 흰 타일이 묘하게 교차하는 그 공간은 마치 도시의 소란함을 차단하는 견고한 성벽처럼 느껴졌다. 누군가 분명히 배는 전혀 고프지 않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호텔에서 제공하는 야식 서비스 목록을 마주한 순간, 그 말은 신기루처럼 허망하게 사라졌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홀린 듯 야식 코너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면 요리와 신선한 과일을 챙겨 방으로 돌아왔다. 배가 고프지 않다는 말은, 사실 '더 매혹적인 선택지'가 없다면 그렇다는 뜻이었을지도 모른다.
면발 사이로 흐르는 무용한 대화들
"야, 너 아까 분명히 배 안 고프다며. 기억 안 나?"
내가 젓가락으로 탱글탱글한 면발을 집어 올리며 묻자, 친구는 대답 대신 입안 가득 음식을 밀어 넣으며 웅얼거렸다.
"이건 서비스잖아. 공짜인데 안 먹으면 그건 여행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논리가 아주 훌륭하네. 예의까지 챙기는 너의 세심함에 감동했다."
우리는 침대 밑 나무 바닥에 옹기종기 둘러앉았다. 발바닥에 닿는 서늘한 나무의 촉감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곧 그 냉기가 적당한 긴장감을 주어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대화는 특별한 목적지 없이 정처 없이 흘러갔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계획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타이중이라는 낯선 도시에 무작정 던져졌고, 발길 닿는 대로 걷고 멈추는 것이 전부였다.
"우리 이번에 크리스마스 마켓 가기로 했었지? 근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숨 막히더라. 그냥 이렇게 방 안에서 누워 있는 게 훨씬 더 큰 모험 같아."
"모험의 기준이 너무 낮은 거 아니야? 그냥 게으름을 모험이라고 포장하는 거겠지."
우리는 서로의 나태함을 칭찬하며 낄낄거렸다. 야식으로 나온 면 요리는 생각보다 훌륭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간과 적당한 온도는 아이스크림으로 얼어붙었던 위장을 천천히, 그리고 다정하게 녹여주었다. Tai Zhong Dong Lv hotel east taichung酒店의 붉은 벽돌 벽에 등을 기대어 앉아 들리는 후루룩거리는 소리, 가끔 복도에서 들려오는 낯선 이의 발소리, 그리고 낮은 웃음소리가 방 안의 공기를 촘촘하게 채웠다. 거창한 우정이나 깊은 속마음을 나누는 진지한 시간은 아니었다. 그저 같이 음식을 먹고, 서로의 멍청한 선택을 비웃을 수 있는 이 무용한 시간이 우리에겐 가장 완벽한 휴식이었다.
그릇의 빈자리와 찾아온 안식
음식 그릇이 비워지고 나면, 뜨거웠던 대화도 자연스레 잦아들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포근한 거위털 이불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불의 적당한 무게감이 몸을 지그시 눌러주자, 비로소 여행의 피로가 기분 좋게 밀려왔다. 천장의 조명을 끄자 방 안은 낮은 채도의 어둠에 잠겼고, 붉은 벽돌 벽은 어둠 속에서 은은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우리를 감싸는 아늑한 울타리가 되었다. 낮에 보았던 그 거친 질감이 이제는 세상의 모든 소음을 막아주는 포근한 고치처럼 느껴졌다. 창밖에서는 여전히 12월의 찬 바람이 도시를 휩쓸고 있겠지만, 이 방 안의 온도는 일정하고 평온했다. 누군가 낮게 하품을 했고, 이내 고른 숨소리가 리듬감 있게 들리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도, 내일의 일정을 촘촘하게 짜야 한다는 압박도 없었다. 그저 지금 여기, 이 공간에 함께 누워 있다는 사실만이 명확하고 충분했다.
붉은 벽돌 벽은 여전히 미지근한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 호텔의 무료 야식 서비스에서 따뜻한 면 요리를 꼭 챙겨보세요.
- 호텔에서 도보 10분 거리의 류촨 수변 산책로를 밤에 천천히 걸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