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타이중은 건조한 공기 속에 서늘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뺨을 스치는 바람은 차갑다기보다 적당히 서늘해, 외투 깃을 세우게 만드는 기분 좋은 자극이었다. 우리는 세밀한 계획 같은 건 세우지 않았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타이중시 타이핑구의 고요한 품에 안긴 Juan Ge Da Fan Dian elence hotel에 짐을 풀기로 했을 뿐이다. 로비에 들어서자 나긋나긋한 직원의 목소리가 공기 중에 부드럽게 흩어졌고, 방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의 버튼은 오랜 시간 사람들의 손길이 닿아 매끄럽게 닳아 있었다. 손끝에 닿는 그 뭉툭한 질감이 왠지 모를 안도감을 주었다. 방 문을 열자마자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눈부시게 하얀 침구였다. 구스 이불의 압도적인 부피감은 마치 거대한 구름 속에 파묻히는 기분을 선사했다. 그 속에 몸을 깊숙이 밀어 넣으면 세상의 모든 소음과 번잡함이 일순간에 차단될 것만 같았다. 당신은 침대에 눕자마자 깊은 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고, 나는 창밖으로 펼쳐진 동구의 풍경을 가만히 응시했다. 낮게 깔린 건물들과 무심하게 흐르는 거리의 조각들. 특별할 것 없는 도시의 일상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가장 완벽한 배경이 되었다. 우리는 한참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이 어색함이 아닌, 서로의 호흡으로 채워지는 안온한 시간이 흐르는 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생각했다. 매트리스는 생각보다 훨씬 푹신했고, 몸이 서서히 고요해지는 느낌에 원래 계획했던 시청 나들이는 자연스럽게 잊혔다. '어쩌면 누워 있는 것 자체가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이었을지도 몰라'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날 아침, 식당에서 마주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죽은 혀끝에 닿는 온도가 다정했다. 숟가락을 뜰 때마다 올라오는 옅은 고소함은 빈속을 부드럽게 달래주었고, 잼을 얇게 펴 바른 토스트와 함께 나눠 마신 커피의 쌉싸름한 향은 잠든 감각을 천천히 깨웠다. 우리는 오늘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가, 결국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근처 전련 마트에 들러 이름 모를 현지 간식 몇 가지를 사고, 느릿하게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12월의 햇살은 옅었지만 피부에 닿는 감촉은 포근했다. 서로의 보폭을 맞추며 걷던 중, 당신의 손끝이 내 손등에 살짝 닿았다가 떨어졌다. 그 찰나의 접촉이 주는 온기는 어떤 화려한 대화보다 더 깊은 위로가 되었다. 속도를 늦추니 평소라면 지나쳤을 낮은 담벼락의 푸른 이끼와 빛바랜 낡은 간판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무용한 것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다시 Juan Ge Da Fan Dian elence hotel의 방으로 돌아왔을 때, 공간에는 여전히 우리가 남긴 온기가 옅은 안개처럼 머물러 있었다. 다시 한번 푹신한 매트리스에 몸을 맡긴 채, 우리는 서로의 규칙적인 호흡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무언가를 이루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공간이 꽉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나란히 걷는 리듬이 서로에게 익숙해진 것처럼, 이 정적 또한 우리에게는 가장 편안한 옷이었다. 여행이란 대단한 발견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사람과 낯선 공간에서 평범한 시간을 공유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귓가에 머무는 구스 이불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마치 우리만을 위한 고요한 섬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는 그렇게 12월의 끝자락을 함께 보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똑같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정의하는 가장 안온한 휴식, 아니 완벽이라는 말보다 '충분했다'는 말이 더 정확한 시간이었다. 짐을 챙겨 나오는 길에 다시 한번 침대를 보았다. 하얀 시트 위에 남은 작은 구김들이 우리가 이곳에 머물렀다는 유일하고도 다정한 증거였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충분히 좋았다.
- 아침 식사로 제공되는 따뜻한 흰 죽과 커피로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해 보세요.
- 호텔 근처의 전련 마트에서 현지 간식을 사서 방에서 함께 나누어 드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