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객실 문을 열자마자 자석에 이끌리듯 탄산수 기계 앞으로 달려갔다. 컵에 물이 차오르는 쏴아 하는 소리가 정적을 깨웠다. 아이는 혀끝에 닿는 톡 쏘는 기포가 낯선지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컵을 놓지 않았다. 입술 주변에 하얗게 맺힌 작은 거품들이 아이의 웃음과 함께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그 천진난만한 모습이 우스워 나는 그저 가만히 지켜보았다. 억지로 닦아줄 필요 없이, 그 작은 거품조차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거실에 놓인 소파에 몸을 깊숙이 던졌다. 마치 거대한 솜사탕 속에 파묻힌 것처럼 몸이 부드럽게 고요해졌다. 너무 푹신해서 다시 일어나려면 상당한 의지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안도감이 밀려왔다.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아이들이 방 안을 뛰어다니는 뭉툭한 발소리가 기분 좋은 소음으로 들려왔다. 욕실에서부터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오라이트 샴푸의 짙은 풀냄새가 코끝에 머물렀다. Tai Zhong Quan Guo Da Fan Dian의 현대적인 분위기와 포근한 공기가 나를 완전히 무장해제 시켰다. 이대로 한 시간쯤, 아니 영원히 누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시야 가득 초고도의 짙은 초록색 풍경이 펼쳐졌다. 흥분한 강아지의 목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9월의 타이중 공기는 적당히 서늘했고,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숨결에는 냉장고 속에 넣어두었던 청량함이 섞여 있었다. 칭메이 거리의 보도블록을 밟는 강아지의 발톱 소리가 규칙적인 리듬을 만들었다. 따닥, 따닥. 도시의 소음들이 그 작은 소리에 묻혀 멀게만 느껴졌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빈틈이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제2시장의 활기찬 소음 속에서 푸조우 면을 마주했다. 5대째 내려온다는 세월의 무게가 담긴 맛이라고 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면발은 쫄깃했고, 그 위에 얹어진 고기 고명은 짭조름한 풍미를 내뿜었다. 아이는 면을 입안 가득 넣고 오물거리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입가에 소스가 묻은 줄도 모르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아이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화려한 기교는 없지만 정직하고 깊은 맛이었다. 배가 든든해지자 세상 모든 것이 조금 더 너그럽게 보이기 시작했다.
오후 4시, 꿀처럼 진득한 햇살이 객실 커튼 사이로 길게 스며들었다. 금빛 빛줄기 속에서 작은 먼지들이 느릿하게 춤을 추는 모습이 보였다. 반려동물 전용 층인 11층이라 그런지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강아지가 전용 매트 위에 턱을 괴고 누워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빛과 그림자가 방 안을 정확히 절반으로 나누고 있었고, 나는 그 경계선에 걸터앉아 창밖을 보았다. 시간이 잠시 멈춘 것 같은, 완벽한 정적의 순간이었다.
강아지를 위해 준비된 웰컴 기프트 세트를 조심스레 만져보았다. 작은 장난감과 간식이 정성스럽게 담겨 있었다. 하지만 강아지는 정작 장난감보다 그 상자 자체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작은 몸을 상자 속에 구겨 넣으려고 낑낑거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필사적이었다. 결국 엉덩이 부분이 삐져나온 채로 곯아떨어진 녀석을 보며, 방 안의 공기가 한층 부드럽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무용한 물건이 주는 뜻밖의 다정함이 우리를 미소 짓게 했다.
밤이 깊어 모두가 침대에 누웠다. 누군가 뒤척이는 순간, Tai Zhong Quan Guo Da Fan Dian의 침대가 스르르 옆으로 밀려났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모두가 놀라 눈을 떴고, 정적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본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완벽한 정교함보다는 이런 작은 허점이 오히려 인간적인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 서로의 고른 숨소리가 겹쳐 들렸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좋았다. 여기 이렇게 다 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밤이었다.
창밖으로 타이중의 밤거리 불빛이 잔잔하게 일렁였다.
- 반려동물과 함께라면 11층 전용 층을 이용해 보세요. 강아지가 웰컴 박스 속에 몸을 맞추려는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칭메이 초고도까지 천천히 걸어보세요. 9월의 선선한 바람과 초록빛 터널이 주는 평온함이 일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