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시작은 누가 가장 먼저 짐을 잃어버릴지 내기를 하는 유치함으로 시작됐다. 결과는 허무할 정도로 뻔했다. 한 친구가 충전기를 방에 두고 나온 것이다. 우리는 그 친구의 멍한 표정을 안주 삼아 한참을 낄낄거렸다. Tai Zhong Quan Guo Da Fan Dian 로비에 들어섰을 때 피부에 닿은 공기는 정확히 17도였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마치 덜 마른 리넨 셔츠처럼 애매한 온도. 그런데 그 모호함이 오히려 마음을 느긋하게 만들었다.
조식 뷔페의 멜론 한 조각에서는 옅은 햇볕 냄새가 났다. 아삭하게 씹히는 과육의 청량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우리는 특별한 대화 없이, 그저 달그락거리는 접시 소리와 낮은 웅성거림 속에 몸을 맡겼다. 갓 추출한 커피는 뇌의 잠든 회로를 적당히 깨울 만큼 뜨거웠고, 갓 구운 빵의 온기는 손끝에 머물며 다정한 위로를 건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밀도 높은 아침이었다.
"너 사실 강아지 아니냐?" 펫 친화 객실이 있는 11층의 웰컴 키트를 보며 친구가 툭 던진 말이었다. 우리는 누가 더 강아지처럼 침대 위에 널브러질 수 있는지 내기를 시작했다. 고급스러운 전용 매트의 푹신함에 몸을 파묻자, 12.5평의 럭셔리 룸은 우리의 소란스러운 웃음소리를 넉넉하게 품어주었다.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촉감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묘한 해방감이 느껴졌다.
초우도까지 걷기로 한 우리는 일부러 길을 돌아가는 '모험'을 택했다. 하지만 모험의 끝은 낯선 좁은 골목길이었다. 그곳에서 낡은 플라스틱 의자 위에 몸을 웅크리고 낮잠을 자는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이게 진짜 타이중이지." 누군가 내뱉은 말도 안 되는 정의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칭메이 거리의 짙은 초록색 풍경이 시야에 들어오자 비로소 여행의 리듬이 맞기 시작했다.
새벽 6시. 창밖의 빛은 창백했고 공기는 약간 눅눅했다. 무거운 이불 속에 몸을 깊숙이 밀어 넣고 10분 동안 가만히 숨을 골랐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오직 나만의 정적이 흐르는 시간. 그 고요함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순간이었다. 2월의 타이중은 우리에게 조금 더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고, 서두를 필요 없다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욕실 타일은 발바닥에 닿았을 때 기분 좋게 미지근했다. 쏟아지는 강한 수압 속에 몸을 맡기자 오라이트(Oright) 비누의 정직하고 깨끗한 향기가 욕실 안을 가득 채웠다. 문손잡이에 난 작은 스크래치를 발견했다. 수많은 여행자의 손길이 스쳐 지나갔을 그 흔적이, 낯선 공간을 순식간에 익숙한 안식처로 바꾸어 놓았다.
도심 한복판의 스노우타운에서 우리는 2월의 인공 눈을 맞았다. 습한 공기 속에서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차가운 눈송이의 촉감은 묘하게 쾌적했다. 쇼핑몰 안에서 서로에게 눈덩이를 던지며 아이처럼 구는 모습은 객관적으로 꽤 우스꽝스러웠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진지했다. 어이없을 정도로 즐거운, 예상치 못한 소란이었다.
우리는 여행에서 대단한 의미나 깨달음을 찾으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함께 걷고, 먹고, 잠들었을 뿐이다. 여행은 결국 '나쁘지 않은'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지는 하나의 풍경이었다. Tai Zhong Quan Guo Da Fan Dian 의 포근한 침대와 친구들의 시끄러운 농담, 그리고 적당한 온도. 그거면 충분했다. 우리는 이미 다음 방문을 꿈꾸고 있었다.
창가에 놓인 미네랄 워터 병에 맺힌 작은 물방울 하나.
- 칭메이 거리의 작은 카페에서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기
- 펫 친화 층의 푹신한 전용 매트에 한 번쯤 누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