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엉뚱함을 묵묵히 지켜본 다섯 가지 물건들
하얀 시트: 빳빳하게 다려진 면의 서늘한 감촉과 갓 세탁한 리넨의 포근한 향기. 그 위에 대자로 뻗어 다음 목적지를 두고 30분간 벌인 치열한 논쟁. "그냥 제일 가까운 데 가자!"라는 누군가의 외침에 모두가 항복하며 도달한 위대한 결론. 우리는 그렇게 허무하게 웃으며 다시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미네랄 탄산수: 유리병 표면에 맺힌 차가운 물방울이 손등을 타고 흐르는 서늘함과 뚜껑을 딸 때의 경쾌한 파열음. 지도를 잘못 읽어 낯선 골목의 습한 공기 속에 갇혔을 때, 누군가 들이켠 탄산의 따끔한 청량함. 정적이 흐르던 그 찰나, 서로의 멍청한 표정을 마주한 순간 터져 나온 웃음소리가 좁은 골목을 가득 채웠다.
두꺼운 암막 커튼: 묵직한 벨벳의 무게감이 빛을 완전히 차단해 만든 인공적인 밤. 5월의 눅눅한 공기가 창밖에서 맴돌 때, 빛 한 점 허용하지 않고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늦잠을 선택한 게으른 아침. 멀리서 들려오는 알람 소리는 마치 아득한 파도 소리처럼 몽환적으로 흩어졌고, 우리는 그 안온함에 기꺼이 몸을 맡겼다.
욕조의 따뜻한 물: 피부를 부드럽게 감싸는 적당한 온도의 수증기와 은은한 비누 향. 하루 종일 걷느라 퉁퉁 부은 발가락을 담그고, 평소엔 쑥스러워 하지 못했던 진지한 고민들을 툭툭 내뱉던 시간. 물결이 일렁일 때마다 마음속에 고여 있던 무거운 생각들이 하얀 거품처럼 가볍게 흩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플라스틱 카드키: 손끝에 닿는 매끄럽고 차가운 표면과 도어록에 닿을 때의 경쾌한 전자음. 방 번호를 헷갈려 옆방 문을 세 번이나 열려고 시도했던 민망한 정적. 탁자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무심한 각도가 우리의 무계획적이고 즉흥적인 여행 성격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다.
이 물건들이 입을 열 수 있다면
아마도 이들은 우리를 '정중한 공간을 헤집어 놓은 소란스러운 침입자들'이라고 기억할 것이다. Tai Zhong Quan Guo Da Fan Dian의 정갈한 공기와 5성급 호텔 특유의 절제된 품격 속에, 우리는 너무나 이질적이고 원색적인 조각들이었다. 현대적인 감각의 넓은 객실, 그 푹신한 카펫 위에 젖은 운동화를 그대로 둔 채 낄낄거리며 과자 봉지를 뜯던 모습들. "도시 한복판에서 정말 반딧불이를 찾을 수 있을까?"라며 호언장담했지만, 결국 어머니날 인파로 북적이는 거리에서 길을 잃어 한참을 헤맸던 기억. 하지만 Tai Zhong Quan Guo Da Fan Dian의 가구들은 알 것이다. 우리가 나눈 대화가 얼마나 투명했는지, 그리고 함께 길을 잃었을 때 느꼈던 그 묘한 해방감이 얼마나 달콤했는지. 정돈된 공간을 조금은 흐트러뜨리고, 때로는 엉뚱한 소동을 피운 덕분에 이번 여행은 비로소 우리다워졌다. 소란스러웠지만, 그 어떤 정적보다 충만했던 시간이었다.
복도 끝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던 5월의 백합 향기가 여전히 코끝에 머문다.
- 호텔 정문을 나서자마자 이어지는 초오도의 초록빛 산책로를 천천히 걸어보길 권한다.
- 근처 타이중 식물원에서 5월의 습도와 함께 피어난 이름 모를 꽃들을 관찰하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