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 들어섰을 때 마주한 직원들의 정중한 태도는 마치 잘 훈련된 영국 집사를 마주한 듯한 기분 좋은 긴장감을 주었다. 중정의 갤러리를 지나 객실로 향하는 길, 예술 작품들이 내뿜는 고요한 기운이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마침내 묵직한 호텔 문이 닫히는 순간, 복도의 소란함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오직 우리만의 정적이 찾아왔다. Tai Zhong Fu Hua Da Fan Dian의 객실은 생각보다 너그러운 공간이었다. 발을 딛자마자 느껴지는 두툼한 줄무늬 카펫이 발등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고, 모든 발소리를 집어삼키는 그 포근함에 여행자의 경계심이 탁 풀렸다.
목을 조이던 두꺼운 울 목도리를 천천히 풀어내자, 갇혀 있던 숨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그것은 단순히 옷을 벗는 행위가 아니라, 낯선 도시가 주는 피로라는 외투를 벗어던지는 의식과도 같았다. 방 안을 채운 짙은 색의 목재 가구들에서는 세월이 빚어낸 은은한 왁스 향이 났고, 그 고전적인 분위기는 마치 오래된 서재에 들어온 듯한 안도감을 주었다. 창가로 다가서자 1월의 타이중 햇살이 건조하고 투명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바닥에 그려진 빛의 직사각형 경계선에 걸터앉아 나는 생각했다. '여기서는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그저 존재하기만 해도 괜찮겠구나.' 너는 침대 끝에 앉아 신발 끈을 풀고 있었고, 우리는 한동안 아무런 말을 섞지 않았다. 굳이 대화로 공백을 채우지 않아도 충분한, 밀도 높은 고요였다. 침대에 몸을 던졌을 때 느껴지는 적당한 탄성과 천장을 바라보며 누리는 무용한 시간의 가치가 비로소 피부로 느껴졌다.
밤 11시,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맞댈 때
13층 객실에서 내려다본 타이중의 밤은 낮보다 깊고 고요했다. 유리창은 밖의 냉기를 머금어 서늘했고, 이마를 가만히 맞대자 그 차가움이 머릿속의 소음까지 씻어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등 뒤로는 Tai Zhong Fu Hua Da Fan Dian의 포근한 온기가 감돌아, 차가움과 따뜻함이 교차하는 그 묘한 경계 위에 서 있는 느낌이 퍽 만족스러웠다. 저녁으로 먹은 복흥종의 여운이 여전히 입안을 맴돌았다. 잎사귀를 조심스럽게 벗겨내고 만난 찰진 밥알과 짭조름한 고기의 조화는 화려하진 않았지만, 겨울밤의 허기를 달래기에 가장 정직한 온도와 맛을 가지고 있었다. "생각보다 더 담백해서 계속 들어가네." 네가 나직하게 속삭였고, 나는 그 목소리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창밖으로 흩어진 도시의 불빛들은 마치 검은 벨벳 위에 뿌려진 소금 결정처럼 차분하게 반짝였다. 우리는 서로의 어깨가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야경을 응시했다. 완벽하게 밀착되지 않은, 하지만 서로의 호흡 소리는 선명하게 들리는 그 적당한 거리감이 우리를 더 편안하게 만들었다. 누군가 억지로 이 분위기를 깨뜨리려 하지 않는 다행스러움, 그리고 함께 있다는 안도감이 방 안의 공기를 더욱 밀도 있게 만들었다. 내일 아침 3층 레스토랑에서 맞이할 조식의 풍경을 상상하며, 우리는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 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살결에 닿는 린넨의 쾌적함이 마치 구름 속에 파묻힌 듯했다. 밖은 여전히 시린 겨울이었지만, 이 방 안만큼은 계절을 잊어도 좋을 만큼 따뜻했다. 다시 이곳에 와도 좋겠다고, 나는 들리지 않을 만큼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창밖의 도시 불빛이 하나둘 꺼질 때까지 우리는 나란히 누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