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주 사소한 내기를 했다. 누가 먼저 길을 잘못 찾는지, 그 엉뚱한 승부욕이 화근이었다. 내비게이션을 쥔 친구가 자신만만하게 핸들을 꺾은 지 겨우 15분 만에, 우리는 이름 모를 산길 한가운데 덩그러니 멈춰 섰다. 11월의 타이중은 적당히 서늘했고, 차창을 내리자 눅눅한 흙 내음과 바스락거리는 마른 풀 냄새가 한꺼번에 밀려 들어왔다. "야, 여기 진짜 맞아?" 누군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지만, 다른 누군가는 창밖에서 은빛으로 일렁이는 억새의 물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탓하는 대신,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주는 해방감에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목적지까지 30분 거리라던 호언장담은 거짓말이 되었지만, 상관없었다. 원래 여행의 묘미는 계획의 틈새로 스며드는 우연에 있다는 뻔한 말을 믿고 싶어지는 그런 오후였다. 차 안에는 과자 부스러기가 굴러다녔고, 라디오에서는 가사를 알 수 없는 현지 노래가 지직거리며 흘러나왔다. 우리는 그렇게 엉킨 실타래 같은 길을 따라, 숲의 깊은 품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우연히 멈춰 선 숲의 시간
잘못 든 길의 끝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작은 버섯 판매대를 발견했다. 신사 지역의 특산물이라는 향긋한 버섯들이 투박한 바구니에 가득 담겨 있었다. 홀린 듯 차를 세우고 내리자, 신발 끝에 닿는 흙의 감촉이 서늘하고 눅눅했다. 주인 할머니는 말없이 인자한 미소만 지으셨고, 우리는 서툰 현지어로 더듬거리며 버섯 몇 가지를 샀다.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버섯의 묵직한 무게감이 손끝에 전해졌다. 다시 차에 오르기 전, 우리는 잠시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에 잠겼다. 산속의 공기는 도시의 그것보다 훨씬 밀도가 높았다. 숨을 깊게 들이마실 때마다 폐부 깊숙이 차갑고 깨끗한 기운이 박히는 기분이었다. "그냥 여기서 살아도 되겠는데?" 누군가 툭 던진 말에 모두가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다시 길을 잡았다. 이번에는 기계의 안내가 아니라, 그저 산이 이끄는 방향으로 몸을 맡겼다. 굽이진 길을 돌 때마다 나타나는 짙은 녹색의 나무들이 우리를 환영하는 것 같기도 했고, 혹은 이제 그만 돌아가라고 등을 떠미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숲의 끝자락에서 Mei Lin Qin Shui An로 향하는 마지막 코너를 돌았다.
낡은 온기와 앵무새의 환대
Mei Lin Qin Shui An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한 건 주인장이 키우는 앵무새들의 날카로운 울음소리였다. 화려한 깃털을 가진 새들이 공중을 가르며 소리를 질러댔는데, 그 소음이 오히려 이곳이 살아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져 싫지 않았다. 체크인을 하며 운 좋게 4인실로 객실 업그레이드를 받았다는 소식에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방으로 들어서자 오래된 나무 가구 특유의 쿰쿰하면서도 포근한 냄새가 났다. 누군가는 시설이 낡았다고 투덜거렸지만, 나는 그 낡음이 주는 안도감이 좋았다. 그것은 마치 오래 입어 몸에 딱 맞는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푸는 기분이었다. 팽팽하게 조여져 있던 도시의 긴장이 툭, 하고 풀려나갔다.
방 안의 침대는 적당히 꺼져 있었고, 시트는 빳빳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먼지가 살짝 일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창밖으로는 작은 수영장이 보였고, 정원은 조금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그래서 더 자연스러웠다. 11월의 찬 바람 때문에 물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지만,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결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고요해졌다. 저녁이 되자 우리는 마당의 바비큐 그릴 앞에 모였다. 숯불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고기가 익어가는 치익 소리가 서늘한 공기를 채웠다. 소금과 후추, 그리고 낮에 샀던 버섯을 함께 구웠다.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과 숯향은 정직했다. 화려한 레스토랑의 요리보다, 이 낡은 마당에서 함께 나눠 먹는 구운 버섯 하나가 더 깊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
밤이 깊어지자 주변은 완벽한 어둠에 잠겼다. 가끔 들려오는 개구리 울음소리와 이름 모를 벌레들의 합창이 배경음악이 되었다. 우리는 테라스에 앉아 맥주 캔을 땄다. 칙, 하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다. 그저 서로의 존재가 느껴지는 거리에서 각자의 생각을 정리했다. 누워있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었다면, 이번 여행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내일이면 다시 시끄러운 세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앵무새의 잠꼬대와 서늘한 산바람이 전부인 세상에 머물 수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아마 우리는 또 길을 잃기 위해 이곳을 찾게 될 것이다.
어둠 속에서 작은 전등 하나가 외롭게 깜빡이고 있었다.
- 신사 지역의 특산물인 버섯 요리를 곁들인 바비큐를 꼭 즐겨보세요.
- 11월의 산속은 생각보다 서늘하니, 가벼운 외투나 숄을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