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타이중은 섭씨 20도의 적당한 온도로 우리를 맞이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공기는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되었고, 228 연휴의 인파와 마조 순례 행렬의 소란스러운 북소리를 뒤로한 채 우리는 안식처로 향했다. Tai Zhong Ri Yue Qian Xi Jiu Dian의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정갈한 공기와 은은한 시그니처 향기는 밖의 소란함을 단숨에 지워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그 우아함 속에 섞이기보다, 편의점에서 급하게 사 온 비닐봉지들의 묵직한 무게에 더 집중했다. 행정 라운지에서 제공하는 정중한 서비스와 정갈하게 깎인 과일 접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우리는 굳이 눅눅해진 튀김과 이름 모를 대만 과자들을 한가득 샀다. 누군가 배가 고프다고 툭 던진 말 한마디에 나머지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에 없던 일이었고, 영양학적으로나 효율적으로나 최악의 선택이었지만, 그 비효율이야말로 여행의 진짜 목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눅눅한 튀김과 뻔뻔한 진심들
"너 진짜 뻔뻔하다. 아까 라운지에서 샌드위치를 그렇게 먹어놓고 또 배고프다고 하는 거 봐."
침대 위에 대충 펼쳐놓은 비닐봉지 속에서 닭튀김을 꺼내며 친구가 낄낄거렸다. 나는 그 튀김 하나를 입에 넣고 천천히 우물거렸다. 짭조름한 기름 맛이 혀끝에 닿는 순간, 하루 종일 긴장했던 마음이 탁 풀리는 묘한 해방감이 밀려왔다.
"결과적으로 너도 내 말에 동조해서 같이 샀잖아. 우리 내기할까? 내일 아침 조식 때 누가 더 많이 먹나."
"됐어. 너랑 먹는 내기는 항상 내가 지더라고. 근데 이 과자 뭐야? 맛이 진짜 이상한데 계속 들어가네."
"그게 바로 대만의 맛이라는 거야. 투덜거림은 그만하고 그냥 먹어. 그나저나 여기 카펫 진짜 두껍다. 우리 발소리가 하나도 안 들려. 꼭 구름 위에 튀김을 쏟아놓은 것 같지 않아?"
"말 좀 예쁘게 해라. 그래도 여기 룸 컨디션은 진짜 좋네. 욕실도 넓고 침대도 푹신해서 그냥 계속 누워 있고 싶어. 밖은 여전히 시끄러운 것 같은데, Tai Zhong Ri Yue Qian Xi Jiu Dian의 이 방 안에만 들어오면 완전히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야."
우리는 서로의 못난 점을 끄집어내며 한참을 웃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서 멋진 척을 하는 것보다, 잠옷 차림으로 침대 위에서 튀김 가루를 털어내는 이 순간이 훨씬 더 우리다웠다. 억지로 힘내라는 말 같은 건 필요 없었다. 그냥 좋은 걸 좋다고 하고, 이상한 걸 이상하다고 말하는 것. 그 무해한 솔직함이면 충분했다.
소음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
음식이 사라지고 대화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방 안에는 낮은 조도의 스탠드 불빛만이 남아 아늑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이제야 호텔의 정적이 피부에 서늘하게 닿았다. 이 정적은 빽빽하게 채워진 음표들 사이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음악의 쉼표 같았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침대에 몸을 던졌다.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감촉이 서늘하면서도 포근하게 몸을 감쌌다. 창밖으로 보이는 타이중의 야경은 노란색 물감을 뭉개놓은 것처럼 흐릿하게 번져 있었다. 신광삼월 백화점의 불빛들이 멀리서 깜빡이는 것을 보며, 내일은 또 어떤 쓸모없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고민했다. 그 무용한 평범함이 주는 안도감이 방 안을 천천히 채웠다. 젖은 수건의 냄새와 희미한 튀김 향이 섞인 공기가 오히려 안온하게 느껴지는, 충분한 밤이었다.
도시의 소음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방, 서로의 숨소리만으로 충분한 시간.
- 타이중 편의점의 달콤한 파파야 밀크와 짭조름한 닭튀김의 단짠 조합
- 현지 분위기를 더해줄 쫀득한 펑리수와 진한 대만식 밀크티 한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