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타이중은 온통 하얗게 타오르고 있었다.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숨을 쉴 때마다 뜨거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박혔다. 친구 셋이서 누가 먼저 더위에 지쳐 쓰러지느냐는 유치한 내기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우리는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Tai Zhong Ri Yue Qian Xi Jiu Dian 로비의 육중한 유리문이 열리고,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땀에 젖은 피부를 훑고 지나가는 순간 내기는 허망하게 끝났다. 쾌적함이라는 절대적인 권력 앞에 모든 논리는 무력했다.
1층 베이커리에서 집어 든 소금 크로와상은 완벽한 휴식의 맛이었다.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바삭' 하는 경쾌한 소리가 귓가를 울렸고, 뒤이어 진한 버터의 풍미와 짭조름한 소금 결정이 혀끝에서 춤을 췄다. 쌉싸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냉기가 목줄기를 타고 내려가자, 비로소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실감이 났다. 화려한 조식 뷔페보다 이 작은 빵 하나가 주는 밀도 높은 행복이 더 강렬했다.
"편의점 가자"고 호기롭게 외쳤던 친구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호텔 근처에 마땅한 편의점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의 표정은 마치 세상의 모든 배신을 혼자 짊어진 듯했다. 성품 408까지 한참을 걸어야 한다는 말에 그는 멍하니 멈춰 섰다. "이건 여행이 아니라 극기훈련이야." 우리는 그의 절망을 안주 삼아 낄낄거리며 천천히 발을 뗐다. 끈적한 7월의 습기가 발목을 잡았지만, 함께 걷는 그 길이 묘하게 즐거웠다.
루프탑 수영장의 물빛은 눈이 시릴 정도로 투명한 터쿼이즈 색이었다. 물속에 몸을 담그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도시의 소음은 사라지고 오직 물결의 일렁임만 남았다. 그때, 멋진 척 수영 폼을 잡던 친구가 그만 물을 크게 들이켰다. "쿨럭!" 하는 요란한 소리가 정적을 깼고, 우리는 그 찰나의 굴욕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았다. 나중에 협박용으로 쓰겠다며 나누던 웃음소리가 수영장 가득 퍼졌다.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룸의 문을 열자마자 느껴진 것은 압도적인 여유였다. 짐을 아무렇게나 풀어헤쳐도 발 디딜 틈이 충분했고, 몸을 깊숙이 감싸 안는 포근한 침대는 마치 거대한 구름 같았다. 대자로 뻗어 천장을 바라보며 누리는 고요함. 하지만 그 완벽한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옆에서 들려오는 친구의 규칙적이고도 우렁찬 코 고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 나는 비로소 우리가 함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스락거리는 흰 시트의 감촉이 피부에 서늘하게 닿았다.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놓고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올리면,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요새가 된다. 창밖은 여전히 29도의 고온다습한 여름이 지배하고 있었지만, 방 안은 오직 나만을 위한 쾌적한 겨울이었다. 발가락 끝만 살짝 내놓아 온도를 조절하며 느끼는 이 사소한 쾌락이야말로 이번 여행의 진정한 핵심이었다.
갑자기 하늘에 구멍이 난 듯 소나기가 쏟아졌다. 유리창을 때리는 빗소리가 꽤나 요란했고, 세상은 순식간에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원래 계획했던 고메 습지 일정은 물 건너갔지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다시 침대로 파고들었다. "비 오는데 어떡해, 그냥 쉬자." 가장 게으른 결정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젖지 않고 바라보는 빗줄기는 그 어떤 풍경보다 근사했다.
Tai Zhong Ri Yue Qian Xi Jiu Dian에서의 시간은 단순해서 더 소중했다. 유명한 명소를 쫓아다니며 체크리스트를 지우는 여행 대신, 우리는 좋은 침대에서 뒹굴고 맛있는 빵을 먹으며 서로의 못난 모습을 공유했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충분했다. 공간이 주는 안락함이 우리 사이의 긴장을 풀어주었고, 그 빈자리를 다정한 농담들이 채웠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여전히 게으르고 행복할 것 같다.
하얀 커튼 사이로 여름의 끝자락이 투명하게 비쳤다.
- 1층 소금 크로와상은 무조건 먹어봐, 쌉싸름한 커피랑 조합이 예술이야.
- 루프탑 수영장에서 멍 때리기, 그게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이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