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타이중은 미지근한 습기가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마치 덜 마른 수건을 두른 듯한 밤이었다. 펑자 야시장의 화려한 네온사인과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처음엔 설렘이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의 체력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소음이 되었다. 결국 우리는 시장의 심장부에 닿기도 전에 백기를 들었다. 대신 눈에 띄는 복주 의면과 달콤한 향이 진동하는 간식들을 비닐봉지 가득 쓸어 담았다. Mi La Shang Wu Lv Dian으로 돌아오는 셔틀버스 안, 무릎 위에서 달그락거리는 봉투 소리가 마치 작은 승전보처럼 들렸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에 몸을 던졌지만, 정적을 깬 것은 누군가의 배에서 울린 정직하고도 우렁찬 꼬르륵 소리였다. 셔츠의 첫 번째 단추를 푸는 것처럼, 긴장이 느슨하게 풀리는 시간이었다.
면발 사이로 흐르는 무용한 진심
"야, 너 아까 분명히 다리 안 아프다고 호언장담했지. 근데 왜 셔틀 타자마자 기절한 거야?"
친구가 젓가락으로 눅진한 고기 소스가 듬뿍 밴 의면을 들어 올리며 짐짓 엄한 표정을 지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면발이 방 안의 은은한 노란 조명을 받아 황금빛으로 반짝였다. 나는 대답 대신 그 면발을 뺏어 입에 넣었다. 짭조름한 감칠맛이 혀끝을 강렬하게 자극했고, 쫄깃한 식감이 입안에서 리드미컬하게 튕겨 올랐다.
"원래 여행은 계획을 배신할 때 가장 완벽해지는 법이야. 이 면발을 야시장의 소음 속에서 서서 먹었으면, 이 깊은 맛을 절반도 못 느꼈을걸."
우리는 타이중 타이핑구의 고요함이 스며든 좁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포장해온 음식들을 성찬처럼 늘어놓았다. 대화는 특별한 목적지 없이 흘러갔다. 어릴 적 기억 속의 부끄러운 조각들, 지금 우리가 매달려 있는 일상의 지루함, 그리고 내일은 정말로 공자묘 근처를 산책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토론들. 그러다 누군가 실수로 진한 고기 소스를 하얀 시트 위에 툭 떨어뜨렸다. 순간 정적이 흐르더니, 우리는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휴지를 찾아 허둥댔다. 그 모습이 너무나 우스꽝스러워 한참을 배를 잡고 웃었다. 결국 소스는 지워졌고, 우리는 다시 무용한 대화의 바다로 빠져들었다. 에어컨의 낮은 기계음이 배경음악처럼 깔린 방 안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요새처럼 느껴졌다.
포만감이 남긴 다정한 침묵
소란스러웠던 그릇들이 비워지고, 뜨거웠던 대화의 열기도 서서히 식어갔다. 우리는 각자의 침대에 몸을 뉘었다. Mi La Shang Wu Lv Dian의 침구는 생각보다 포근했고, 피부에 닿는 면의 서늘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촉이 지친 몸을 다정하게 감싸 안았다. 천장의 무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낮에 보았던 타이중의 낯선 풍경들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지나갔다. 가보지 못한 가을의 붉은 숲이나, 미처 걷지 못한 민속공원의 산책로 같은 것들. 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 누워 있는 것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여행의 형태처럼 느껴졌다. 무언가를 더 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저 옆 침대에서 들려오는 친구의 고른 숨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허기가 채워졌다. 9월의 밤은 깊어갔고, 방 안의 온도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그만큼의 다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잠의 늪으로 서서히 고요해졌다. 내일의 일정은 여전히 불투명했지만, 상관없었다. 이곳의 정적이 우리를 온전히 안심시켰으니까.
창밖의 타이중은 여전히 적당한 온도로 반짝이고 있었다.
- 아치 삼대 복주 의면의 쫄깃한 면발과 진한 고기 소스의 조화
- 펑자 야시장에서 포장해 Mi La Shang Wu Lv Dian 방에서 즐기는 길거리 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