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로비의 분홍색 벽을 발견하자마자 갑자기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매끄럽게 닦인 바닥 위로 작은 운동화가 내는 끽끽 소리가 경쾌한 리듬처럼 울려 퍼졌다. 아이는 이곳이 호텔 로비가 아니라 거대한 캔디 세상이라고 믿는 모양이었다. 뒤따라가는 첫째의 표정은 마치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요원처럼 진지했다. 아이들의 시선 끝에는 강렬한 네온사인이 일렁이고 있었다. Moxy Taichung의 로비는 일반적인 호텔의 정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상큼한 시트러스 향과 활기찬 음악이 어우러진 그곳은 마치 세련되게 꾸며진 도심 속 놀이터 같았다.
벨벳처럼 부드러운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체크인 때 받은 웰컴 드링크, 알코올이 살짝 가미된 금귤 음료가 혀끝에서 톡 쏘며 잠들어 있던 감각을 깨웠다. 10월의 타이중은 섭씨 25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마치 잘 다려진 리넨 셔츠처럼 쾌적한 온도였다. 땀을 닦아낼 필요도, 무거운 겉옷을 챙길 필요도 없는 날씨. 그저 가만히 앉아 공기의 흐름을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무언가 대단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강박이 파도에 씻겨 내려가듯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탁, 하고 당구공이 부딪히는 날카로운 파열음이 들렸다. 로비 한가운데 놓인 당구대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규칙적인 타격음과 낮은 웃음소리가 공중에서 섞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펑러공원역의 안내 방송 소리는 묘하게 이 소음들과 어우러져 이 도시만의 독특한 배경음악이 되었다. 정교하게 조율된 클래식보다는 이런 무작위한 삶의 소음들이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아이들은 초록색 천 위에서 하얀 공들이 춤추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아치 복주면 가게에서 맛본 국수는 혀끝에 감기는 쫄깃함이 일품이었다. 짭조름한 고기 고명이 얹어진 면을 입안 가득 넣자, 진한 육수의 풍미가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뜨거운 김이 안경에 하얗게 서렸지만 상관없었다. 낡은 나무 테이블에 앉아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는 이 소박한 한 그릇이, 화려한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보다 더 깊은 위로를 주었다. "진짜 여행의 맛은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투박하지만 정겨운 맛이었다.
벽면에 걸린 네온사인이 분홍빛으로 빛났다. '작은 파티가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다'는 조금 과격한 문구였지만, 그 빛깔만큼은 다정하게 공간을 감싸 안았다. 아이들의 그림자가 분홍색과 보라색 빛 사이에서 길게 늘어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18층 루프탑 바에서 내려다본 타이중의 야경은 정갈한 격자무늬처럼 펼쳐져 있었다. 도시의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는 것을 보며, 우리는 아무런 대화 없이 한동안 창밖의 정적을 공유했다.
객실로 들어오자 하얀 수건이 각 잡힌 모습으로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피부에 닿는 면의 감촉이 빳빳하고 쾌적해 기분이 좋았다. 환경 보호를 위해 병에 든 생수 대신 복도 정수기를 이용하는 시스템. 정수기까지 걸어가는 그 짧은 거리조차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경주 트랙이 되었다. 침대는 생각보다 단단했지만, 그 견고함이 오히려 하루 종일 지친 허리를 안정감 있게 받쳐주었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아이들의 잠옷이 오늘의 소란스러웠던 즐거움을 증명하고 있었다.
전면 유리창 너머로 맞은편 코스트코 건물이 보였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적인 풍경이었지만, 그래서 더 안심이 되는 밤이었다.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든 뒤, 방 안에는 규칙적인 낮은 숨소리만 남았다. 완벽한 계획은 없었다. 길을 잘못 들어 헤매기도 했고, 아이들은 때때로 떼를 썼다. 하지만 그 삐걱거림과 소란함이 모여 여행의 빈칸을 가장 아름답게 채웠다. Moxy Taichung에서의 밤은 그렇게 적당한 불완전함 덕분에 완벽했다.
분홍색 네온사인 아래서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찍은 사진 한 장이 남았다.
- 펑러공원역에서 내려 호텔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타이중의 일상을 천천히 걸어보세요.
- 로비의 당구대나 보드게임을 활용해 아이와 함께 유쾌한 내기를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