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서 커다란 캐리어 세 개를 끌고 로비에 들어섰다. 바퀴가 매끄러운 바닥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가 정적을 깨뜨리며 공간을 가득 채웠다. 천장과 벽면을 수놓은 붉고 보랏빛의 네온사인이 마치 우리를 집어삼킬 듯 강렬하게 일렁였다. 호텔이라기보다 누군가의 은밀한 아지트나 힙한 클럽에 잘못 들어온 기분이었다. "대체 누가 예약했어?" 서로에게 묻는 목소리가 겹쳤지만, 정작 답하는 이는 없었다. 웰컴 드링크로 받은 금귤 칵테일의 시큼한 향이 코끝을 찔렀고, 혀끝에 남은 알코올의 쌉싸름함이 묘한 해방감을 주었다. 우리는 그저 이 낯선 소란함 속에 무거운 짐과 함께 몸을 던지고 싶었을 뿐이다.
Moxy Taichung이 가르쳐준 엉뚱한 교훈들
체크인은 바에서 하는 것이 가장 힙하다. 정중한 안내 데스크의 형식적인 인사 대신 칵테일 잔이 부딪히는 챙그랑 소리가 먼저 반겨준다. 환영받는다는 느낌보다는, 비밀스러운 파티에 무단 침입했다는 짜릿함이 들어 꽤 만족스러웠다.
물 한 잔을 마시는 데에도 성실한 노동이 필요하다. 객실 내 생수가 없어 복도의 탄산수 기계까지 원정을 가야 한다. 컵에 물이 쏴아 하며 채워지는 청량한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내가 지구를 구하는 거창한 환경 운동가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 피식 웃음이 났다.
방의 크기는 오직 '눕기' 위해 최적화되어 있다. 침대에서 욕실까지의 거리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네온 핑크색 조명이 쏟아지는 좁은 욕실에서 씻고 바로 침대로 다이빙하는 동선은 가히 예술적이었다. 단단한 매트리스가 허리를 받쳐줄 때의 안도감은 덤이었다.
소음은 때로 훌륭한 배경음악이 된다. 18층 루프탑에서 울려 퍼지는 밴드의 묵직한 베이스 소리가 층간소음을 타고 내려와 방 안을 진동시켰다. 처음엔 당황해 천장을 바라봤지만, 곧 그 리듬에 맞춰 짐을 정리하는 나를 발견하며 여행의 소란함에 기꺼이 몸을 맡겼다.
계획표 밖에서 만난 9월의 온도
계획표에는 없었지만 펑러공원역에서 내려 정처 없이 걸었다. 9월의 타이중은 공기가 적당히 서늘했고,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바람에는 눅눅한 습기와 함께 가을의 마른 냄새가 섞여 있었다. 우연히 발길이 닿은 추홍곡은 도심 한복판에 푹 꺼진 초록색 분지 같았다. 유리 플랫폼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정지 화면처럼 고요해, 방금까지의 소란함이 아득한 꿈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말없이 그 풍경을 공유하며,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위로를 받았다. 돌아오는 길, 이름 없는 골목에서 마주한 복주 의면의 뜨거운 김이 얼굴을 포근하게 감쌌다. 쫄깃한 면발과 짭조름한 육수가 입안 가득 퍼질 때, 비로소 여행자의 허기가 달콤하게 채워졌다. 다시 Moxy Taichung의 엑스오엑스 루프탑 바에 올랐을 때, 칵테일 잔에 맺힌 차가운 이슬이 손가락을 타고 느릿하게 흘러내렸다. 우리는 심각한 미래 대신 내일 아침 메뉴를 두고 유치한 내기를 하며, 밤바람에 마음의 짐을 말렸다. 도시의 불빛들이 보석처럼 흩뿌려진 야경을 배경으로, 우리의 웃음소리도 함께 흩어졌다.
네온 핑크빛 조명 아래, 우리는 아주 깊고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 펑러공원역 2번 출구에서 도보 3분 거리니, 체력을 아껴 루프탑에서 쓰세요.
- 루프탑 바 엑스오엑스는 밤 10시쯤 방문해야 도시의 소음과 야경이 완벽하게 어우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