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 없는 아침의 당혹감: 지구를 생각하는 호텔의 철학 덕분에 일회용 칫솔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 셋 다 까맣게 잊었다. 결국 눅눅한 아침 공기를 뚫고 편의점으로 달려가 가장 싼 형광 연두색 칫솔을 샀다. 잇몸을 찌르는 빳빳한 플라스틱의 감촉과 코끝을 찌르는 강한 민트향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잇몸에서 피가 조금 났지만, 그 묘한 통증이 오히려 잠을 깨워준 덕분에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다. (성공)
로비에서 영화 주인공 흉내 내기: 낮게 깔린 오렌지빛 조명과 묵직한 가구들이 뿜어내는 고전적인 나무 향이 마치 옛 영화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는 누군가 우리를 촬영하고 있다는 설정으로 슬로우 모션을 걸어 걷기로 했다. 단단하고 묵직한 바닥의 질감을 느끼며 우아하게 움직였지만, 현실은 그저 느릿느릿 걷는 이상한 여행객 세 명일 뿐이었다. 무표정하게 우리를 바라보던 직원의 시선이 우리를 다시 현실로 끌어내렸다. (실패)
폭염 속의 뜨거운 훠궈 도전: 7월의 타중은 태양이 모든 것을 하얗게 태워버릴 기세였다. 하지만 우리는 굳이 빨간 국물이 보글보글 끓는 훠궈 집을 찾아갔다. 매콤한 증기가 얼굴을 덮치고 등줄기를 타고 끈적한 땀방울이 흐르는 불쾌함보다, 얇게 썬 소고기가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쾌감이 훨씬 컸다. 뜨거움과 뜨거움이 만나 일어나는 이상한 화학작용에 취해 우리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성공)
누가 더 오래 누워있나 내기: 이번 여행의 유일한 목표는 '최소한의 움직임'이었다. 에어컨 온도를 22도로 맞추고, 살결에 닿는 서늘한 리넨 시트의 감촉에 몸을 맡긴 채 누가 마지막까지 침대 밖으로 발을 내딛지 않는지 내기했다. 정적 속에 울리는 규칙적인 에어컨 소음과 푹신한 매트리스의 포근함에 취해 우리 셋 다 오후 4시까지 깊은 잠에 빠졌다. 결국 승자는 없었지만, 모두가 만족한 완벽한 패배였다. (성공)
이번 여행의 최종 성적표
가장 가치 있었던 건 Ning Cui Gll - Shui An Yin Di의 완벽한 정적이었다. 소음 하나 없는 방에서 서로의 숨소리에 집중하던 시간은 묘한 유대감을 줬다. 로비에서의 연기는 코미디였지만, 훠궈의 열기와 에어컨의 냉기가 교차하던 순간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에어컨의 냉기가 발끝을 간지럽히는, 완벽한 오후의 한 장면.
- 개인 칫솔과 치약을 반드시 챙기세요. 편의점 칫솔은 잇몸에 가혹합니다.
- 로비의 낮은 조명 아래서 멍하니 10분간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