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타이중 햇살은 얇은 리넨 천처럼 가벼웠고, 피부에 닿는 바람은 미지근한 온기를 품어 포근했다. Ohotel Li Jia Yuan Di Jiu Dian의 로비에 들어선 순간,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시그니처 향과 함께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압도적인 높이의 천장과 찬란하게 빛나는 금빛 장식들이었다. 1987년부터 이곳의 시간을 지켜온 바로크 양식의 대홀은 과할 만큼 화려해, 마치 다른 시대의 궁전에 발을 들인 듯한 공간적 낯섦을 선사했다. 반짝이는 대리석 바닥에 투영된 우리의 모습이 일렁이는 것을 보며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을 멈췄고, 그 정적 속에서 서로의 존재만을 확인했다. 친절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하는 직원들의 환대는 차가운 도시의 긴장을 단숨에 녹여주었다. 체크인을 마치고 올라간 디럭스 룸은 적당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안식처였다. 방 안에서 가볍게 헛기침을 하자 소리가 벽에 부딪혀 작게 되돌아왔는데, 그 고요한 울림이 오히려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킹사이즈 침대의 빳빳한 면 시트가 주는 서늘하고 깨끗한 감촉에 몸을 맡기자, 일상의 소음들이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받고 수증기가 거울을 하얗게 덮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몸을 담갔다. 피부에 닿는 물의 온도가 적당해 긴장이 풀리던 찰나, 젖은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서로의 표정을 살폈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지만, 같은 온도 속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호텔 슬리퍼가 조금 컸던 탓에 바닥에서 조금씩 미끄러지는 서로의 발을 보며 우리는 짧게 웃음을 터뜨렸고, 그 작은 소란이 방 안의 정적을 기분 좋게 깨뜨렸다. 밖으로 나가 향한 국립 타이중 오페라 하우스는 직선이 하나도 없다는 말 그대로였다. 모든 벽이 유려하게 굽어 있어, 우리는 그 곡선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마치 거대한 조각품 속을 유영하는 듯한 몽환적인 기분에 젖어 들었다. 12월의 공기는 건조해 피부가 약간 당겼지만, 그 덕분에 맞잡은 손의 온기가 더 선명하고 정확하게 전달되었다. 18도의 기온은 걷기에 더없이 적당했고, CMP 인스피레이션의 크리스마스 장식들은 밤하늘 아래서 보석처럼 반짝였다. 수많은 인파의 소음 속에 섞여 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안심이 되었고, 화려한 불빛 아래서 우리는 서로의 옷깃을 여며주며 말 없는 다정함을 나누었다. 다음 날 아침, 호텔 조식으로 나온 따뜻한 죽 한 그릇을 나누어 먹었다. 소금기가 살짝 섞인 쌀알의 식감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굴러다녔고, 커피잔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 얼굴을 촉촉하게 적셨다. 갓 구운 빵의 고소한 내음이 식탁 주변을 맴돌 때, "여기 정말 좋다"라고 낮게 읊조린 너의 목소리가 공기 중에 부드럽게 녹아들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천장의 무늬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이 여행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그저 여기 누워 있는 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었다. 풀려버린 운동화 끈조차 고치고 싶지 않을 만큼 완벽한 무용함의 시간이었다. 창밖으로 타이중의 밤거리가 보였고, 자동차 전조등이 흐릿한 선을 그리며 지나갔다. 우리는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다시 이곳에 온다 해도 아마 똑같이 누워 있을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 CMP 인스피레이션의 크리스마스 가든을 거닐며 겨울의 색채를 만끽해 보세요.
- 국립 타이중 오페라 하우스의 유려한 곡선 벽면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