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의 플라스틱 공룡이 내 발등 위로 툭 떨어졌다. 둔탁한 충격에 잠시 멈춰 선 내 시야에 Ohotel Li Jia Yuan Di Jiu Dian의 로비가 들어왔다. 무려 6층 높이까지 탁 트인 로비는 마치 현대판 판테온처럼 압도적이었다. 고개를 한껏 젖혀 바라본 바록 양식의 천장은 지나치게 화려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이었다. 정교한 금색 조각들이 공중에 매달려 은은한 조명을 반사하고 있었고, 공기 중에는 고급스러운 디퓨저 향과 갓 닦아낸 대리석의 서늘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 웅장한 정적을 깬 것은 우리 가족의 소란함이었다. 아이들은 이미 이 넓은 공간을 자신들만의 전용 트랙으로 삼아 질주하기 시작했다. "아빠, 여기 성 같아!"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높은 천장을 타고 메아리쳤다. 아내와 나는 무거운 캐리어 세 개를 붙잡은 채 서로를 쳐다봤다. 이건 여행이라기보다 일종의 고난도 팀 작전에 가까웠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둘째는 로비의 두툼한 카펫 위에 납작하게 엎드려 그 결을 손끝으로 더듬고 있었다. 화려한 고전미와 아이들의 무질서함. 그 극명한 괴리감이 묘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정돈된 우아함보다는 발소리가 울려 퍼지는 이 소란함이 훨씬 우리 가족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곡선의 도시에서 발견한 무용한 보물들
9월의 타이중 공기는 냉장고에서 막 꺼낸 물병처럼 청량하고 매끄러웠다. 우리는 직선이 거의 없다는 국립 타이중 가극원으로 향했다. 거대한 조개껍데기 혹은 구름의 조각처럼 보이는 그 건물 앞에서 아이들은 벽의 곡선을 따라 손으로 훑으며 천천히 걸었다. "아빠, 벽이 춤을 추고 있어요." 둘째의 엉뚱한 말에 다시 보니, 정말로 하얀 벽면이 빛의 각도에 따라 일렁이며 춤을 추는 것만 같았다. 이어 방문한 파크투 차오우 광장에서는 계획에 없던 작은 발견들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세련된 편집숍의 진열장보다 바닥에 떨어진, 구멍이 숭숭 뚫린 나뭇잎 한 장에 더 열광했다. 우리는 그 보잘것없는 나뭇잎 하나를 관찰하기 위해 5분 동안 함께 쪼그려 앉아 있었다. 효율적인 관광 코스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이런 무용한 시간이 사실 여행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며 찾아간 '아치 삼대 복주 의면'에서는 쫄깃한 면발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짭조름한 고기 소스가 면발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혀끝을 자극했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은 가을의 초입에 들어선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아이들은 입가에 소스를 잔뜩 묻힌 채 서로를 보며 낄낄거렸다. 적당히 따뜻한 햇살과 기분 좋게 서늘한 바람,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의 웃음소리.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오후였다.
40제곱미터의 정적과 포근한 섬의 안식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든 방 안에는 비로소 밀도 높은 정적이 찾아왔다. 우리가 묵은 Ohotel Li Jia Yuan Di Jiu Dian의 디럭스 더블 룸은 40제곱미터의 넉넉한 공간을 제공했다. 아이 둘과 함께 쓰기에도 충분한 크기였으며, 침대에서 욕실까지 걷는 몇 걸음의 거리에서 적당한 개방감이 느껴졌다. 특히 6x7피트의 거대한 침대는 마치 거친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 같았다. 아이들이 대각선으로 팔다리를 뻗고 자고 있어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넉넉함이 있었다. 나는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받았다. 쏴아아 하며 쏟아지는 물소리가 욕실 타일에 부딪혀 잔잔한 리듬을 만들어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자, 하루 종일 아이들을 쫓아다니며 팽팽하게 당겨졌던 신경의 줄이 느슨하게 풀려나갔다. 피부에 닿는 수건의 감촉은 도톰하고 보들보들해 마치 구름을 두른 기분이었다. 욕조 밖으로 나와 창밖을 보니 타이중 시내의 야경이 보석을 흩뿌려 놓은 듯 낮게 깔려 있었다. 화려한 도시의 불빛들이 보였지만, 지금 이 순간 내게는 방 안의 고요한 정적이 더 달콤했다. 바스락거리는 면 소재의 시트가 주는 쾌적함과 적당한 무게감의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올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누워 있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간절한 목적이었음을 깨달았다.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채워지는 밤이었다.
다시 짐을 쌓으며 남기는 온기의 기억
어느덧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왔다.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푹신한 침대 위에서 뒹굴며 나가지 않겠다고 버텼다. 거대한 침대가 주는 마력이 생각보다 강했던 모양이다. 나 역시 이 안락한 중력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 잠시 망설였다. 다시 짐 가방을 닫고, 방 구석구석 흩어진 장난감들을 하나둘 주워 담았다. 올 때보다 짐은 조금 더 늘어났지만, 그만큼의 추억이 쌓였다는 뜻일 게다. 로비를 나설 때, 체크인을 도와줬던 직원이 부드러운 미소로 가볍게 목례를 건넸다. 마지막으로 바록 양식의 화려한 천장을 올려다봤다. 처음 왔을 때는 지나치게 과하다고 생각했는데, 떠나는 길에 다시 본 그 화려함은 왠지 우리 가족을 다정하게 배웅해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그저 같이 걷고, 같이 먹고, 같이 잠든 평범한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그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꽤 단단한 기억의 조각이 되었다. 호텔 문을 나서며 마주한 9월의 바람은 여전히 상쾌했고, 우리는 이미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이유를 충분히 찾은 상태였다.
- 아치 삼대 복주 의면의 쫄깃한 면발과 짭짤한 고기 소스의 조화로운 풍미를 꼭 경험해 보세요.
- 파크투 차오우 광장의 푸른 녹지 사이를 아이들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걷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