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네가 지도 잘 본다며! 여기가 대체 어디야?"
"나도 몰라! 그냥 이 길이 맞을 것 같았단 말이야."
"맞을 것 같았다고? 우리 30분째 같은 편의점 앞이야. 진짜 뻔뻔함의 극치네!"
"아, 진짜 덥다. 그냥 저기 들어가서 아이스크림이나 먹자. 걷는 건 이제 파업이야."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우리 이번 여행 테마는 '미아 되기'인가 봐."
서로를 헐뜯으며 낄낄거리는 소리가 눅눅한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7월의 타이중 햇빛은 정직하게 뜨거웠고, 달궈진 아스팔트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우리의 원대한 계획은 이미 땀방울과 함께 증발한 지 오래였다. 누군가 헛웃음을 터뜨렸고, 그 소리는 습한 바람을 타고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소란함이 잦아드는 유럽풍의 안식처
Ohotel Li Jia Yuan Di Jiu Dian의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피부를 짓누르던 열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화려한 금색 장식과 높은 층고가 돋보이는 유럽풍의 고전적인 공간은 마치 현대적인 도시의 콘크리트를 뚫고 올라온 거대한 뿌리 같았다. 로비 바에서 풍겨오는 쌉싸름한 커피 향과 차분한 클래식 음악이 들뜬 마음을 부드럽게 고요해지혔다. 웅장한 바록크 양식의 복도를 지나 우리가 도착한 디럭스 룸은 40제곱미터의 넉넉한 공간감과 함께 정직한 쾌적함을 선사했다.
에어컨의 서늘한 냉기가 피부에 닿는 순간, 밖에서 겪었던 끈적한 습기는 금세 잊혔다. 6피트 너비의 거대한 침대는 몸을 던지기에 최적이었고,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촉감이 발끝을 기분 좋게 간질였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차가운 타일의 온도와 포근한 침구의 대비가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욕실의 건식 분리 공간과 깊은 욕조는 여행자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수전에서 쏟아지는 강한 물줄기가 어깨의 긴장을 풀어주었고, 은은한 비누 향이 손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흘러갔다. 창밖으로는 공이루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소란스럽게 반짝였지만, 두꺼운 유리창은 그 소음을 먼 나라 이야기처럼 희미하게 걸러내고 있었다.
한 가지 웃긴 일이 있었다. 환경 정책으로 일회용 칫솔과 치약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보고 우리는 서로를 멍하니 쳐다봤다. 셋 다 칫솔을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에 허탈한 웃음이 터졌고, 결국 한 명이 다시 편의점으로 달려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 사소한 번거로움조차 이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져 우리는 또 한 번 크게 웃었다. 저녁에는 근처 '광이궈'에서 뜨거운 국물과 고기를 먹었다. 밖은 덥지만 안에서 먹는 뜨거운 음식은 이상하게 더 시원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입안 가득 퍼지는 육수의 진한 맛과 친구들의 시끄러운 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밤이었다.
낮은 조명 아래 나누는 진심
"근데 진짜, 우리 이번에 아무것도 안 한 거 아니야?"
"뭐 어때. 이렇게 시원한 데서 뒹굴거렸잖아. 그게 진짜 여행이지."
"맞아. 고메 습지에서 봤던 그 바람, 그건 정말 좋았어. 그냥 멍하니 있기 딱이더라."
"나도. 그냥 좋았으니까 간 거지. 굳이 의미 같은 걸 찾아서 뭐 해."
"내일은 그냥 늦잠 자고 일어나서 브런치나 먹자. 계획 같은 건 이제 쓰레기통에 버려."
낮의 소란함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방 안에는 은은한 스탠드 조명과 낮은 웃음소리만 남았다. 우리는 더 이상 서로를 놀리지 않고, 나란히 누워 천장의 무늬를 세며 낮은 숨을 내뱉었다. 7월의 밤공기는 여전히 미지근했지만, 방 안의 공기는 쾌적한 평온함으로 가득 찼다. 특별한 깨달음이나 거창한 감동은 없었다. 그저 함께 있다는 안도감과, 이 침대가 믿을 수 없을 만큼 편안하다는 사실. 그 두 가지 단순한 진실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이미 완벽한 성공이었다.
얼음이 다 녹아버린 컵 속에서 작은 물소리가 톡, 하고 들렸다.
- 공이루 근처의 세련된 카페와 소품숍들을 정처 없이 걷으며 타이중의 감성을 탐방해 보세요.
- 디럭스 룸의 넓은 욕조에서 따뜻한 입욕제와 함께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