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발끝에 닿는 감각에 집중했다. 턱 하나 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바닥은 누군가의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는 다정한 배려처럼 느껴졌다. 은은한 호박색 조명이 내려앉은 테이블 위에는 옅은 우롱차 향이 감도는 찻잔들이 놓여 있었다. 그는 조용히 잔을 들어 올렸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적당한 온기와 자극적이지 않은 맑은 수색. 그 정적인 상태가 그에게는 완벽한 환대였다. 그는 이 공간이 가진 낮은 채도의 평온함 속에서 비로소 여행의 첫 페이지를 넘겼다.
나는 그가 차 한 잔을 두고 명상에 잠긴 꼴을 보며 작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무거운 가방 세 개를 끌고 타이중역에서 8분을 걸어왔다. 9월의 공기는 여전히 눅눅한 습기를 머금고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었지만, 호텔 문을 여는 순간 쏟아진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정수리를 강타했다. 그제야 살 것 같았다. 체크인 서류에 이름을 적다 실수로 옆 친구의 발등을 밟았고, 녀석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쏘아봤다. 우리는 서로의 엉망진창인 짐 싸기 실력을 비웃으며 포근한 로비 소파에 몸을 던졌다. 몸을 감싸는 패브릭의 부드러운 촉감, 그것만으로 충분한 위로였다.
미각의 정밀함과 기억의 소음
아치 3대 복주 의면의 국수는 지독하게 정직했다. 젓가락으로 들어 올린 면발은 탱글하게 튕겨 올랐고,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쫄깃한 저항감이 혀끝을 즐겁게 했다. 그 위에 얹어진 육조의 짭조름한 풍미가 잠들어 있던 미각을 날카롭게 깨웠다. 투명한 국물 너머로 보이는 면의 색깔은 옅은 상아색이었고, 김 서린 안경 너머의 세상은 온통 하얗게 흐릿했다. 화려한 수식어가 필요 없는, 본질에 충실한 맛이었다. 그는 천천히 면을 씹으며 이 도시가 가진 느릿한 속도를 가늠하고 있었다.
내 기억 속의 식사는 맛보다는 소란함의 기억이다. 제2시장의 왁자지껄한 소음, 상인들의 거친 외침, 그리고 우리 셋의 끊임없는 투덜거림이 한데 섞여 있었다. 누가 계산할 것인가를 두고 벌인 유치한 가위바위보의 긴장감이 국수 맛보다 더 강렬했다. 좁은 테이블 위에서 서로의 팔꿈치가 엉키고, 옆 테이블에서 풍겨오는 낯선 향신료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덥고 시끄러웠지만, 그 무질서함이 묘하게 해방감을 주었다. 짠맛보다는 함께 웃느라 들이킨 뜨거운 공기의 맛이 더 진하게 남았다.
우리가 유일하게 침묵으로 동의한 것
슈페리어 트윈 룸의 침대에 몸을 뉘었을 때, 우리는 처음으로 입을 다물었다. 20제곱미터의 공간은 셋이 쓰기에 넉넉하진 않았지만,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만큼 적당했다. 특히 구름처럼 폭신하게 머리를 감싸는 베개의 감촉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의 소리가 귓가를 맴돌고, 창밖으로는 타이중의 9월 하늘이 짙은 남색으로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다. "여기 침대 진짜 좋다"라는 짧은 감탄사 하나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행의 목적이 그저 온전하게 누워있는 것이었다면, 우리는 이미 목적지에 도착한 셈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도감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old school行旅라는 이름처럼, 우리는 조금 낡고 느린 방식으로 휴식을 취했다. 이 안락한 고립이야말로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거둔 가장 가치 있는 수확이었다. 다시 이곳 old school行旅에 돌아와 이 고요를 누리고 싶다는 생각에 모두가 동의했다.
낮게 깔린 도시의 소음이 창문을 넘어 아득하게 들려오던 밤이었다.
- 도심 속 작은 오아시스, 추홍곡 생태공원에서 느리게 산책하기
- 로비에 마련된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여행의 속도 늦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