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타이중은 바스락거리는 건조한 공기가 피부 끝에 닿아 묘한 긴장감을 주는 계절이었다. 햇살은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쏟아졌지만, 뺨을 스치는 바람에는 서늘한 겨울의 뼈마디가 느껴져 자꾸만 옷깃을 여미게 했다. 추홍곡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호텔로 향하는 10분의 시간, 가로수 사이로 부서지는 빛의 조각들을 밟으며 우리는 특별한 대화 없이 나란히 걸었다. 서로의 발소리가 규칙적으로 겹쳐질 때마다 낯선 도시가 주는 경계심이 조금씩 옅어졌다. 두꺼운 겨울 코트의 단추를 하나씩 푸는 일처럼, 여행의 팽팽한 긴장이 느슨하게 풀리기 시작한 것은 Tai Zhong Shun Tian Huan Hui Jiu Dian의 로비에 들어선 순간이었다. 대리석 바닥의 서늘한 매끄러움과 공기 중에 은은하게 감도는 시트러스 계열의 고급스러운 향취가 우리를 맞이했다. 그것은 마치 이제 안심해도 좋다고 말하는 다정한 환대 같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마주한 객실은 차분한 낙타색 톤과 대리석의 조화로 채워져 있었는데, 36제곱미터의 넉넉한 공간은 도심 속의 소음으로부터 우리를 완전히 격리시킨 고요한 섬처럼 느껴졌다. 빳빳하게 다려진 침대 시트의 서늘하고 매끄러운 감촉이 살결에 닿았을 때, 비로소 마음의 두 번째 단추가 풀려나갔다. 우리는 그곳에 나란히 누워 아무런 생각 없이 천장의 무늬를 세었다. 21층 루프탑으로 올라가자 끝이 보이지 않는 인피니티 풀이 푸른 하늘과 맞닿아 경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콧등을 스치는 차가운 겨울 공기와 몸을 감싸는 미온수의 온도 차가 피부 위에서 묘한 해방감을 만들어냈다. 수평선 너머로 펼쳐진 타이중의 스카이라인, 그 아래로 장난감처럼 작게 움직이는 자동차들의 붉은 후미등을 보며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물 온도 딱 좋다는 당신의 나직한 속삭임은 어떤 화려한 수식어보다 깊게 내 마음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보폭이 달랐던 우리가 이곳에서 비로소 같은 속도로 숨을 쉬고 있었다. 객실로 돌아와 넓은 욕조에 물을 채우자 쏴아아 하는 묵직한 물소리가 욕실을 가득 메웠고, 하얗게 서린 수증기가 거울을 덮어 세상의 모든 경계를 지워버렸다. 따뜻한 물속으로 몸을 깊숙이 밀어 넣었을 때, 마지막 단추가 완전히 풀려나갔다. 물의 온도는 적당했고, 그 온기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완전한 무장해제를 경험했다. 커다란 목욕 가운을 뒤집어쓴 서로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짧은 웃음이 터져 나왔고, 그 무용한 시간의 겹들이 켜켜이 쌓여가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진짜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밖의 소란스러운 밤거리와 방 안의 지독한 고요함이 대비되어 더욱 아늑하게 느껴지는, 아주 다정한 밤의 풍경이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이 낙타색 방에서 아무런 계획 없이, 그저 서로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시간을 보낼 것 같다. 그 정도의 평범함이면 충분하니까.
- 21층 루프탑 수영장에서 도시의 불빛과 자동차의 흐름을 내려다보며 깊은 정적에 잠겨보길 권한다.
- 넓은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채우고, 서로의 하루를 짧은 문장으로 나누며 온전한 휴식을 누려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