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서 유치한 내기를 했다. 누가 먼저 체크인하느냐는 것. 결과는 뻔했다. 길치인 녀석이 엉뚱한 골목에서 헤매는 사이, 우리는 Shu Xia Jing Pin Qi Che Lv Guan의 차고형 입구 앞에서 낄낄거렸다. 셔터가 스르륵 내려가며 바깥세상을 단절시키는 그 둔탁한 금속음이 마치 비밀 기지에 들어온 것 같아 묘하게 설렜다.
아침으로 먹은 복주식 의면은 혀끝에 착 감기는 쫄깃함이 일품이었다. 짭조름한 고기 고명이 배어든 뜨끈한 국물을 들이켜자, 눅눅한 새벽 공기가 단숨에 씻겨 내려갔다. 입안에서 탱글하게 굴러다니는 면발의 탄력이 잠든 감각을 하나둘 깨웠다. 10월의 적당한 온도가 더해져, 평범한 맛조차 특별한 성찬처럼 느껴졌다.
방 안의 조명이 간헐적으로 깜빡였다. "야, 여기 귀신 나오는 거 아니야?" 한 녀석이 과장된 몸짓으로 호들갑을 떨었다. 나는 무심하게 리모컨 버튼을 눌러댔지만, 기계는 묵묵부답이었다. "귀신이 아니라 그냥 낡은 거야, 이 겁쟁아." 우리는 그 사소한 고장을 두고 한 시간 동안 서로의 겁 많은 성격을 깎아내리며 낄낄거렸다.
'부티크 호텔'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속아 근사한 조식을 기대했다. 하지만 우리 앞에 나타난 건 노란색 M자 로고가 박힌 맥도날드였다. 셋은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게 요즘 말하는 힙한 감성인가?" 누군가 툭 던진 말에 결국 다 같이 터졌다. 눅눅해진 감자튀김을 씹으며,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웃음 포인트가 되었다.
창밖의 대만 10월은 다정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25도의 공기가 피부에 보드랍게 내려앉았다. 땀을 닦을 필요도, 무거운 외투를 챙길 필요도 없는 완벽한 온도. 그냥 가만히 앉아 흐릿한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꿀처럼 느리게 흐르는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여행이라는 역설에 우리 모두는 깊이 동의했다.
Shu Xia Jing Pin Qi Che Lv Guan의 자랑인 마사지 욕조에 몸을 깊숙이 담갔다. 보글보글 솟아오르는 미세한 기포들이 피부를 간지럽히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따뜻한 물의 온도가 근육의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낼 때, 방 한편의 젠풍 정원이 주는 정적인 분위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낯선 공간이 주는 이질감이 오히려 가장 완벽한 안식처가 되는 순간이었다.
추홍곡 생태공원의 유리 플랫폼 위에 섰을 때, 발밑으로 펼쳐진 초록의 심연이 생소했다. 회색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거대한 초록색 구멍이 뚫려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다. 숲의 진한 흙 내음이 코끝을 스칠 때쯤, 발을 헛디뎌 휘청거린 친구의 경악스러운 표정이 포착됐다. 그 찰나의 얼굴이야말로 이번 산책의 가장 값진 수확이었다.
빳빳하게 마른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촉감이 뺨에 닿았다. 방이 넉넉해 셋이 엉켜 뒹굴어도 충분했다. 거창한 깨달음이나 인생의 진리 같은 건 없었다. 그저 포근한 침구 속에서, 마음 맞는 녀석들과 함께 누워 있다는 안도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밀도 높은 여행이었다.
천장에 붙은 작은 조명 하나가 느릿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 맥도날드 조식, 예상 밖의 힙함이니 그냥 즐겨봐.
- 추홍곡 산책 후 마사지 욕조에서 피로 푸는 코스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