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백합 향과 피부에 닿는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매끄럽게 닦인 대리석 바닥 위로 캐리어 네 개가 굴러가는 소리가 규칙적인 박자로 울려 퍼졌고, 아이들의 운동화는 바닥에 닿을 때마다 '삑삑'거리며 경쾌한 소음을 더했다. 흡사 작은 이삿짐 센터가 이동하는 듯한 소란함 속에 둘째가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속삭였다. "아빠, 여기 성 같아! 우리 여기서 진짜 사는 거야?" 나는 대답 대신 로비의 압도적인 층고와 화려한 금빛 장식들을 올려다보았다. 5성급이라는 수식어보다 먼저 다가온 것은, 이 거대한 공간이 주는 묘한 안도감이었다. 아이들은 이미 통제 범위를 벗어나 로비 이곳저곳을 탐색하며 작은 모험을 시작하고 있었다. 짐을 풀고 방으로 향하는 길, 발목까지 푹신하게 잠기는 두툼한 카펫의 촉감이 전해졌다.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발소리가 그 속에 부드럽게 파묻히는 것을 보며, 이번 여행의 서막이 꽤 다정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계획되지 않은 발견, VR 고글과 붉은 열매의 기억
여행의 정해진 일정표는 금세 무용지물이 되었다. 아이들이 호텔 내의 게임 공간을 발견한 순간, 외부 세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VR 고글을 쓰고 허공에 팔을 휘두르는 첫째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웠지만, 그 눈빛만큼은 진지했다. 옆에서 닌텐도 스위치에 몰두한 둘째의 작은 숨소리가 섞여 들었다. 어른의 진정한 휴식은 아이들의 완전한 몰입에서 시작된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달은 순간이었다. 다음 날 아침, 조식 뷔페의 풍경은 더욱 다채로웠다. 셰프가 건넨 신선한 크랜베리를 한 입 베어 물자, 새콤달콤한 과즙이 톡 터지며 잠든 감각을 깨웠다.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향기와 따뜻한 커피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식탁 위에서 우리는 느긋한 아침을 만끽했다.
오후에는 도시의 숨구멍 같은 추홍곡으로 향했다. 9월의 타이중 공기는 적당히 서늘했고, 피부를 스치는 바람에는 옅은 풀 내음이 섞여 있었다. 유리 전망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아이들이 지른 짧은 탄성과, 나무 데크 길을 따라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걷던 뒷모습. 호텔의 야외 수영장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웃던 아이들의 잔상이 겹쳐졌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비로소 여행이 된다는 것을, 나는 이곳의 짙은 녹음 속에서 확인했다.
소금 결정이 녹아내리는 밤, 오직 어른들만의 정적
아이들이 잠든 후의 방은 낮과는 전혀 다른 밀도의 공간이 된다. 첫째는 침대 한가운데를 차지해 대자로 뻗어 있었고, 둘째는 내 팔을 꼭 껴안은 채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낮 동안의 소란함이 거짓말처럼 증발한 시간. 나는 창가에 서서 타이중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보석을 뿌려놓은 듯 점점이 박힌 도시의 불빛들이 밤의 정적을 채우고 있었다. 욕실로 들어가 따뜻한 물을 틀자, 뽀얀 수증기가 거울을 하얗게 덮었다. 부드러운 비누 향이 손가락 사이로 매끄럽게 흘러내렸고, 욕조에 몸을 깊숙이 담그자 하루 종일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신경이 서서히 느슨해졌다.
마치 거친 소금 결정이 따뜻한 물속에서 천천히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가족 여행이란 결국 나의 인내심을 조금씩 깎아 아이들의 즐거움을 채워주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깎여나간 빈자리에 스며드는 것은 생각보다 묵직하고 따뜻한 만족감이었다. 바스락거리는 고밀도 침구의 포근함과 적절한 실내 온도. 70%의 힘만 쓰고 나머지는 비축하자는 나의 여행 철학이 이곳의 분위기와 완벽하게 맞닿아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누워 있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사치스러운 목적이었다.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도감과 아쉬운 작별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갑자기 어린아이 같은 떼를 쓰기 시작했다. 수영장에 한 번만 더 가고 싶다며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둘째의 모습에 나는 결국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 짐을 챙겨 로비를 나서는 길, 들어올 때보다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우리는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좋은 곳에서 함께 잠들고 맛있는 것을 나누며 서로의 얼굴을 더 깊이 들여다보았다. Tai Zhong Jin Dian Jiu Dian ( Wu Xing Ji Fan Dian ) the splendor hotel-taichung에서의 시간은 건조한 듯 다정했고, 소란스러운 듯 평온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곤히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가끔은 이렇게 정해진 궤도를 벗어나 낯선 곳의 침대에 몸을 맡기는 일이 삶의 꼭 필요한 쉼표가 된다는 것을.
- 조식 뷔페에서 셰프가 추천하는 제철 과일과 새콤한 크랜베리를 꼭 맛보길 권한다.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 호텔 인근의 추홍곡 공원은 해 질 녘에 방문하자. 낮게 깔린 햇살이 초록빛 풍경을 더욱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