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시트: 바스락거리는 서늘한 감촉과 갓 세탁한 비누 향이 코끝을 스치는 곳. 가오메이 습지의 끈적한 소금 바람과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젖어 돌아온 우리가 약속이라도 한 듯 그대로 쓰러져 뻗어버린 순간을 기억한다. 눅눅한 옷가지와 함께 엉켜버린 발가락들의 무질서함, 그리고 땀 냄새 섞인 깊은 잠의 숨소리까지 모두 너그럽게 받아내던 포근한 면직물의 품. 그곳에서 우리는 세상 모든 긴장을 내려놓고 가장 원초적인 휴식을 취했다.
전신 거울: 습도 80%의 눅눅한 공기가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던 오후, 땀에 젖어 엉망이 된 머리카락을 정돈하며 "이 정도면 사진 찍기에 나쁘지 않지?"라고 서로를 속이던 뻔뻔한 표정들을 지켜봤다. 화장을 고치느라 찌푸린 미간과 그 옆에서 낄낄거리며 놀려대던 친구의 장난스러운 얼굴이 교차하던 찰나의 기록. 거울 속의 우리는 엉망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생기 넘치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에어컨 리모컨: 18도와 24도 사이에서 벌어진 치열한 온도 전쟁의 중심. "제발 좀 낮춰!"라는 비명과 "춥다고!"라는 항변이 오가던 유치한 다툼의 목격자였다. 리모컨 버튼의 딱딱한 클릭 소리가 들릴 때마다 방 안의 공기 흐름이 급격히 바뀌었고, 결국 적당한 합의점에 도달했을 때 찾아온 그 쾌적하고 서늘한 정적. 그 정적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온도를 인정하며 나란히 누웠다.
조식 접시: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향기와 셰프의 추천 요리를 조금이라도 더 담기 위해 벌였던 은밀한 눈치 싸움을 기억한다. 접시의 경계를 넘어 흘러내릴 정도로 음식을 쌓아 올리던 탐욕스러운 손길들, 그리고 막상 자리에 앉아서는 "너무 많이 담았나?" 하며 쩔쩔매던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들. 달콤한 과일 주스의 색감과 짭조름한 베이컨의 향이 뒤섞인 그 아침의 소란함이 접시 위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욕조의 물결: 하루 종일 타이중 시내를 누비느라 퉁퉁 부은 발을 담그고, 별거 아닌 농담에 낄낄거리며 쏟아냈던 그날의 시시한 이야기들. 따뜻한 물속에서 몸이 서서히 풀리고 은은한 바디워시 향이 수증기와 함께 피어오를 때, 우리는 비로소 가장 솔직하고 무방비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깊은 유대감을 느꼈다. 찰랑이는 물결은 우리의 비밀스러운 고백과 웃음소리를 모두 머금은 채 잔잔하게 흔들렸다.
가구들이 들려주는 우리의 소란스러운 기록
어쩌면 이 방의 가구들은 우리를 '예고 없이 들이닥친 시끄러운 침입자들'이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소란함의 틈새에 섞여 있던 묘한 다정함과 안도감 또한 함께 보았을 것이다. 8월의 가혹한 태양 아래서 물기 없는 잎사귀처럼 바싹 말라버린 채 Tai Zhong Jin Dian Jiu Dian ( Wu Xing Ji Fan Dian ) the splendor hotel-taichung 로비로 들어섰던 우리는, 차가운 에어컨 바람과 우아한 스위트룸에 몸을 던지며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와, 진짜 살 것 같다!"라는 탄성과 함께 서로의 엉망인 모습을 확인하며 오히려 안심했다. 화려한 야외 수영장보다 좁은 방 안에서 서로의 못난 점을 웃어넘기는 무용한 시간들이야말로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이었음을 이 방의 벽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소음들은 꽤나 따뜻했고 충분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타이중의 밤거리가 보석을 뿌려놓은 듯 적당히 반짝이고 있었다.
- 호텔 근처 제6시장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현지 간식을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 호텔 내 스파 시설에서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푹 쉬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