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지는 바이레도 비누의 은은한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화려한 수식어보다 먼저 다가오는 것은 피부에 닿는 정직한 감각이다. Tai Zhong Qin Mei Zhou Ji Jiu Dian intercontinental taichung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55제곱미터의 공간이 주는 기분 좋은 해방감이었다. 숫자로 정의된 면적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침대에서 욕실까지 전력 질주를 해도 벽에 부딪히지 않을 만큼의 넉넉한 거리라는 점이다. 180x200센티미터의 거대한 더블 베드는 마치 방 한가운데 떠 있는 포근한 하얀 섬 같았다. "우와, 진짜 크다!" 아이들은 그 섬 위에서 뒹굴며 환호했고, 나는 그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창밖으로 펼쳐진 초우도의 풍경을 응시했다. 10월의 초록은 과하지 않았다. 너무 밝지도, 그렇다고 시들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의 색이었다.
가족 여행이란 결국 서로의 영역을 끊임없이 침범하고 조율하는 일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곳의 바스락거리는 침구는 그 작은 침범들을 너그럽게 받아낼 만큼 깊고 포근했다. 네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가 내려오는 낮은 진동 소리가 아침의 정적을 깨울 때, 아이들은 이미 호텔 가운을 망토처럼 두르고 거실을 누비는 꼬마 영웅이 되어 있었다. 우아한 투숙객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 무질서함이 오히려 정갈한 공간과 대비되어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넓은 방, 구름 같은 침대,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의 소란함. 가족이 함께 머물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조건이 있을까.
아이의 작은 세계에서 가장 빛났던 발견은 무엇이었을까
둘째 아이는 다이슨 드라이어의 강력한 바람 세기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머리를 말리는 도구가 아니라, 바람의 힘으로 머리카락을 춤추게 만드는 마법 지팡이로 생각한 모양이다. 거울 앞에서 바람에 몸을 맡기며 깔깔거리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욕실의 매끄러운 타일 벽에 부딪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아이의 눈에는 호텔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보다,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바람의 촉감과 얼굴을 감싸는 보들보들한 수건의 질감이 훨씬 더 중요했을 것이다.
그다음으로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야외 수영장이었다. 10월의 타이중은 기온이 25도 정도로 유지되어, 물속에 들어갔을 때의 서늘한 전율과 햇볕에 몸이 말려갈 때의 나른한 따스함이 기분 좋게 교차했다. 아이는 수영장 바닥에 숨은 작은 물고기를 찾겠다며 한참을 잠수했다. 실제로 물고기가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간절히 찾으려 애쓰는 아이의 진지한 표정, 그리고 물 밖으로 솟구쳐 올라 젖은 머리카락을 털어내며 짓던 그 해맑은 미소면 충분했다. 호텔 주변의 勤美綠園道 그린웨이를 따라 걷는 시간 또한 보석 같았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작은 풀꽃들을 관찰하며 걷는 아이의 보폭에 맞춰 나의 걸음도 천천히 느려졌다. 목적지 없이 걷는 것, 그리고 아이가 멈춰 서는 곳에서 함께 멈추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에서 발견한 가장 커다란 행복이었다.
체크아웃의 순간, 우리는 어떤 기억을 품고 떠나게 될까
짐을 챙기며 우리는 이곳 근처에서 맛보았던 복주식 의면의 진한 풍미를 이야기했다. 쫄깃하게 씹히는 면발과 짭조름한 고기 고명이 어우러진 그 맛. 화려한 호텔 조식의 정갈함도 좋았지만, 시장통의 투박한 그릇에 담겨 나온 국수 한 그릇의 온기가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10월의 공기는 습하지 않았고, 뺨을 스치는 바람은 적당히 선선했다. 짐 가방 속에 구겨 넣어 넣은 옷가지들처럼, 우리의 기억도 조금은 무질서하게 섞여 있겠지만 그 모든 순간은 다정함이라는 하나의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들은 금방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Tai Zhong Qin Mei Zhou Ji Jiu Dian intercontinental taichung의 침대에서 느꼈던 그 포근함이 여전히 몸에 남아 있는 듯했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것도 아니다. 그저 좋은 곳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장 다정한 날씨 속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만이 남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다시 이곳에 오게 된다면, 그때도 우리는 여전히 소란스럽겠지만, 그 하얀 침대 섬 위에서 다시 한번 함께 뒹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체크아웃 후 로비에서 마주한 10월의 햇살이 유난히 다정하게 우리를 배웅했다.
- 걷기 좋은 10월이니, 호텔 옆 초우도의 초록빛 풍경 사이를 아이와 함께 천천히 거닐어보길 권한다.
- 아이와 함께라면 다이슨 드라이어의 강한 바람으로 머리카락 놀이를 하며 소소한 웃음을 나눠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