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중의 4월은 눅눅한 습기와 미지근한 온기가 묘하게 섞여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계절이었다. 일중 상권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붉고 푸른 빛을 내뿜으며 망막을 자극할 때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거리로 나섰다.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허기가 졌고, 호텔 근처에 숨겨진 미식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는 사실만이 절대적이었다. 편의점과 노점에서 이것저것 쓸어 담은 비닐봉투가 손가락 마디를 파고들었고, 그 묵직한 무게감은 오히려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소박한 사치처럼 느껴졌다. Tai Zhong Yi Zhong Shi Shang Shang Lv로 돌아오는 15분의 길, 봉투 속에서 캔 음료들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챙그랑 소리는 마치 우리만의 작은 축제를 알리는 서곡처럼 들렸다. 로비의 차가운 대리석 바닥과 엘리베이터의 매끄러운 금속 질감이 피부에 닿는 순간,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하루의 긴장이 툭 하고 풀려나갔다.
바삭한 소리와 함께 쏟아낸 진심들
"야, 아까 그 꽃잎 떨어지는 거 봤어? 내 머리 위에 정확히 하나 내려앉았는데, 진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니까."
"영화는 무슨, 그냥 꽃가루 알레르기 온 거겠지. 그보다 이 닭강정 냄새 좀 봐. 너 한 입만 더 먹으면 내일 아침에 얼굴 퉁퉁 붓는다."
"부으면 좀 어때, 여행인데. 그나저나 여기 방 진짜 쾌적하다. 침대 시트에서 나는 은은한 세제 향이 너무 좋아. 그냥 여기서 하루 종일 굴러다니고 싶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 푸딩 세 개 집을 때 눈빛은 거의 맹수 같더라? 그 탐욕스러운 눈빛, 잊지 못할 거야."
"그건 생존 본능이야. 그리고 여기 위치 진짜 최고네. 슬슬 걸어 나와서 야식 털어오기 딱 좋아. 다음에도 그냥 여기로 잡자. 짐 옮기는 건 질색이니까."
"인정. 화려한 건 없는데 딱 필요한 것만 있는 느낌이라 편해. 근데 너 푸딩 하나 더 남았지? 그거 내놔."
우리는 침대 위에 신문지를 넓게 펴고, 전리품처럼 가져온 음식들을 늘어놓았다. 닭강정의 바삭한 식감과 캔맥주의 청량한 탄산 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기분 좋게 깨뜨렸다. 입안을 가득 채운 기름진 맛과 적당한 실내 온도가 우리 사이의 거리감을 좁혀주었다. 서로의 못난 점을 툭툭 던지는 농담 속에, 사실은 함께라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
포만감이 남긴 다정한 정적
음식이 사라진 자리에는 빈 캔과 기름종이, 그리고 나른한 공기만이 남았다. 소란스럽던 대화도 어느덧 잦아들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침대에 몸을 던졌다. Tai Zhong Yi Zhong Shi Shang Shang Lv의 매트리스는 적당한 탄성으로 지친 몸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고, 베개는 머리의 무게를 부드럽게 받아냈다. 천장의 하얀 조명을 멍하니 바라보자, 창밖으로 타이중 북구의 희미한 밤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멀리서 들려오는 스쿠터의 엔진 소리가 오히려 방 안의 고요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에어컨이 만들어낸 서늘한 냉기가 피부에 닿을 때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 밀려왔다. 무용한 시간이었지만, 그 무용함이야말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밀도 높은 기억이 될 것 같았다. 눈을 감자 낮에 보았던 하얀 꽃잎들이 천천히 내려앉는 잔상이 망막에 맺혔다. 이 고요함이 우리를 더 깊은 유대로 연결해주고 있었다.
하얀 시트 속으로 발을 밀어 넣자, 기분 좋은 서늘함이 온몸을 감쌌다.
- 일중 상권의 쫄깃한 버블티와 갓 튀겨낸 지파이의 단짠 조합
- 편의점 대만 한정판 푸딩과 목을 긁는 시원한 캔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