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전체가 도시의 표정을 그대로 투영하는 거대한 거울 같았다. Taichung One Hotel의 매끄러운 유리 커튼월 외관은 2월의 무심하고 창백한 하늘색을 온전히 흡수하고 있었다.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감각을 깨운 것은 압도적인 층고가 주는 개방감이었다. 서늘한 바깥 공기가 가시고 은은한 대리석 향과 쾌적한 온기가 피부에 닿았다. 보통 천장이 높으면 소리가 흩어져 공허해지기 마련이지만, 이곳에서는 아이들의 높은 웃음소리가 오히려 공간의 여백을 촘촘하고 밀도 있게 채워나갔다. 첫째는 로비의 웅장한 규모에 압도되어 작은 입을 벌린 채 한참을 서 있었고, 둘째는 매끄러운 바닥의 촉감이 좋은지 연신 발을 구르며 뛰어다니고 싶어 했다.
가족 여행이란 결국 서로 다른 보폭과 리듬을 가진 이들이 억지로 하나의 박자를 맞추어 가는 고단한 과정이다. 하지만 이곳의 너른 공간감은 그 불협화음마저도 너그럽게 수용해 주는 품이 되었다. 지하실에 위치한 레스토랑 역시 탁 트인 천장 덕분에 답답함이 없었다. 아침 햇살이 낮게 깔린 식당에서 바라본 시야는 더없이 쾌적했다.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의 구체적인 맛은 희미해졌지만, 높은 천장 아래에서 아이들이 시리얼을 쏟고 그것을 함께 닦아내던 그 소란스러운 풍경만은 사진처럼 선명하다. 그 무질서함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그 소란함이야말로 내가 지금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이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가장 다정한 신호였다.
아이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나름대로 우아하고 치밀한 관광 계획을 세웠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낸 곳은 객실 안이었다. 아이들은 낯선 거리의 풍경보다 방 안의 거대한 스크린이 만들어내는 빛의 세계에 더 깊이 매료되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화려한 색감이 벽면 전체에 투사되는 순간, 객실은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작은 영화관으로 변모했다. 첫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틀어달라고 끈질기게 고집을 피웠고, 둘째는 그 옆에서 짭조름한 과자를 오물거리며 화면 속 캐릭터의 몸짓을 서투르게 흉내 냈다.
침대 옆에 놓인 묵직한 의자는 내 몸을 깊숙이 파묻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곳에 기대어 아이들이 빛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관찰했다. 한쪽 구석에는 벗어던진 운동화가 탁구채처럼 뒹굴고 있었고, 방 안에는 아이들의 낄낄거리는 웃음소리와 과자 봉지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여행지에 와서 정작 방 안에만 누워 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그냥 좋았다고 답할 것이다.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완벽한 게으름에 대한 허락을 받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둘째가 문득 고개를 들어 물었다. "아빠, 이 호텔은 왜 온통 유리로 되어 있어?" 나는 정답을 알려주려 애쓰는 대신,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창밖을 보았다. 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타중의 거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고, 느릿하게 움직이는 차들과 2월의 흐릿한 빛이 교차하고 있었다. 아이는 한참 동안 창문에 코를 꾹 붙인 채 밖을 구경하다가, 다시 자석에 이끌리듯 스크린 앞으로 달려갔다. 그 단순한 이동 경로가 이 여행의 전부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빳빳하고 하얀 침구 속에 몸을 밀어 넣고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대화를 배경음악 삼아 누워 있던 그 시간의 편안함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체크아웃의 순간, 가슴 속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2월의 타중은 아침마다 옅은 안개가 도시의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체크아웃을 준비하며 창밖으로 본 풍경은 마치 옅은 먹으로 그려낸 수묵화처럼 흐릿하고 몽환적이었다. 하지만 방 안의 공기는 여전히 보송하고 따뜻했다. 외출 준비를 하며 아이들의 옷을 챙겨 입히는 과정은 언제나 작은 전쟁터와 같다. 양말 한 짝을 찾지 못해 온 방안을 뒤집어엎고, 첫째는 머리를 예쁘게 묶어달라고 칭얼거렸다. 평소라면 짜증이 솟구쳤을 상황이었지만, 그날은 왠지 모르게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국립타중가극원의 독특한 외관을 보러 가는 길, 아이들은 차 안에서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차창 밖은 쌀쌀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차 안은 가족의 온기로 포근했다. Taichung One Hotel의 눈부시게 하얀 시트, 하늘을 향해 높게 뻗어 있던 로비의 천장, 그리고 벽면을 수놓았던 화려한 영상의 색감들이 머릿속에 조각조각 남았다. 무언가 위대한 발견을 한 여행은 아니었다. 그저 가족이라는 이름의 작은 팀이 함께 움직였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잤으며, 적당히 다투었을 뿐이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괜찮았다. 이런 평범하고 무용한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 결국 하나의 단단한 기억이 된다는 것을 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아마 우리는 똑같이 방 안에서 뒹굴고, 높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래도 좋다. 아니, 오히려 그것이 더 좋다. 계획되지 않은 무용한 시간이야말로 여행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사치스럽고 큰 즐거움이니까.
아이의 작은 손이 내 손가락을 꽉 쥐었다. 기분 좋은 온기였다.
- 층고가 높은 레스토랑에서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즐기며 여유를 만끽해 보세요.
- 객실 내 투사 기능을 활용해 아이들과 함께 좋아하는 영화를 보는 밤을 가져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