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네 개가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가 겹쳐졌다. 5월의 타이중 공기는 눅눅한 수건처럼 피부에 무겁게 달라붙었고, 멀리서 낮은 천둥소리가 웅웅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林酒店의 초콜릿색 유리 외벽은 습기를 머금은 채 묵직하고 우아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3.1미터의 압도적인 층고가 시야를 확 틔워주었고, 대담하고 화려한 인테리어가 방문객을 압도했다. "우와, 천장이 진짜 높다!" 첫째는 벌써 넓은 공간에 매료되어 나비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녔고, 둘째는 내 다리를 꼭 붙잡고 과자를 달라고 칭얼거렸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짐가방 바퀴가 굴러가다 멈추는 규칙적인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가 멎었을 때, 비로소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났다. 화려한 금빛 장식 속에 섞여든 우리 가족의 소란함이 묘한 균형을 이루는, 꽤 근사한 시작이었다.
계획 없는 걸음이 찾아낸 작은 기쁨
정해진 일정은 없었다. 그저 허기를 달래려 호텔 내 포레스트 뷔페로 향했다. 아이들의 시선은 갓 쪄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랍스터의 선명한 붉은 빛깔에 고정되었다. 둘째는 딱딱한 껍질을 까는 법을 몰라 서툰 손가락으로 더듬거렸고, 그 덕분에 손끝이 붉은 양념으로 물들었다. 첫째는 샤오마이와 하가우가 겨우 두 바구니뿐이라며 투덜거렸지만, 입안 가득 터지는 육즙의 풍미에 금세 표정이 풀렸다. 쫄깃한 식감과 적당한 간이 혀끝을 자극하며 미각을 깨웠다. 식후에는 호텔에서 3분 거리인 추홍구로 향했다. 끈적한 바람 사이로 이름 모를 풀꽃 향기가 섞여 들어왔고, 해 질 녘의 햇살이 호텔 건물에 닿아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아이들은 길가에 핀 작은 꽃들을 관찰하며 느릿하게 걸었다. "아빠, 여기 개미들이 줄 서 있어요!" 첫째의 외침에 우리는 다 함께 허리를 숙여 작은 생명의 행렬을 지켜보았다. 거창한 관광지보다 아이들의 시선이 머무는 낮은 곳의 풍경이 더 밀도 있게 다가왔다. 돌아오는 길, 아이들의 옷깃에 묻은 작은 풀잎 하나가 이번 산책의 가장 완벽한 전리품이었다.
고요가 내려앉은 밤, 오롯한 나의 시간
아이들이 잠들기까지는 꽤나 험난한 과정이 필요했다. 둘째는 호텔 가운을 망토처럼 두르고 복도를 누비는 꼬마 영웅이 되었고, 첫째는 침대 위를 트램펄린 삼아 뛰어올랐다. 소란이 잦아든 것은 밤 10시가 넘어서였다. 시몬스 침대의 깊고 포근한 품이 아이들의 소란을 부드럽게 집어삼켰고, 방 안에는 고르게 내뱉는 숨소리만이 잔잔한 파도처럼 남았다. 나는 비로소 침대 끝에 걸터앉아 깊은 숨을 내뱉었다. 욕실에서 풍겨오는 펜할리곤스 비누의 은은한 꽃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매끄러운 거품의 촉감과 고급스러운 잔향이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 주었다. 전면 유리창 너머로 타이중 7기 지구의 야경이 보석을 뿌려놓은 듯 펼쳐졌다. 林酒店 특유의 화려한 감각이 깃든 공간 속에서, 3미터가 넘는 천장은 마음의 여유까지 확장해 주는 듯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구의 아빠도, 남편도 아닌 그냥 나구나.' 적당한 온도와 완벽한 고요 속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팽팽했던 마음의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감촉을 느끼며 나 역시 깊은 잠의 세계로 고요히 머무했다.
다시 짐을 쌀 때 느껴지는 다정한 무게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둘째는 침대 밑에 숨어 나오지 않았고, 첫째는 로비의 높은 천장을 한 번만 더 보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짐을 쌀 때의 캐리어는 올 때보다 조금 더 묵직해져 있었다. 기념품 몇 가지와 아이들의 옷가지, 그리고 이곳에서 보낸 며칠간의 느긋한 호흡이 그 무게에 더해졌을 것이다. 호텔 문을 나서며 다시 한번 초콜릿색 유리 외벽을 보았다. 처음 왔을 때보다 색이 더 깊고 우아해 보였다. 대단한 깨달음은 없었지만, 푹신한 침대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는 평범한 사실이 가장 큰 만족으로 남았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추억이라는 짐을 하나 더 얹은 채 다시 일상으로 향했다.
- 포레스트 뷔페의 샤오마이와 하가우는 꼭 맛보길 권한다. 육즙의 밀도가 매우 높다.
- 호텔에서 도보 3분 거리의 추홍구 산책로는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걷기에 최적의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