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끝에 끈적하고 달콤한 망고 과즙이 묻어 있었다. 이중 거리의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겨우 손에 넣은 망고였다. 6월의 타이중은 공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젖은 수건처럼 온몸을 무겁게 감싸 안았다. 지열로 인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거리, 숨을 쉴 때마다 습한 열기가 폐부 깊숙이 밀려들어 왔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 말 없이 걷다가, 어느 순간 동시에 멈춰 서서 하늘을 보았다. 금방이라도 무거운 빗줄기를 쏟아낼 것 같은 짙은 회색빛 구름이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호텔까지 남은 거리는 도보로 겨우 10분 남짓이었지만, 그 짧은 거리조차 이번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을 걷는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Tai Zhong Chao Sheng Xing Lv의 객실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한 건 피부의 열기를 단숨에 앗아가는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었다. 그 쾌적한 냉기가 너무나 달콤해서, 우리는 신발을 벗은 채 현관에 서서 잠시 그대로 멈춰 있었다. 눅눅하게 젖어 있던 옷가지들이 차가운 바람에 조금씩 말라가며 내는 미세한 바스락거림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팽팽하게 당겨진 하얀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등에 닿았고, 갓 세탁한 린넨 특유의 깨끗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창밖으로는 여전히 도시의 소음이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고층 객실의 높이 덕분인지 그 소리들은 아주 멀고 아득하게 느껴졌다. 마치 거대한 수족관 속에 들어와 유리벽 너머의 세상을 구경하는 기분이었다. 너는 내 옆에 누워 나른한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훨씬 아늑하네." 나는 대답 대신 남은 망고 조각을 입에 넣었다. 혀끝에 닿는 진한 당도와 방 안의 정적이 포근하게 어우러졌다. 무언가 대단한 계획을 실행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이렇게 나란히 누워 서로의 숨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목적은 이미 충분히 달성된 기분이었다. 나쁘지 않은, 아니 아주 완벽한 오후였다.
밤 11시, 도시의 불빛이 발밑에서 일렁였다
욕실의 매끄러운 타일이 발바닥에 닿을 때마다 기분 좋은 서늘함이 전해졌다. 샤워기를 틀자 강하고 일정한 수압의 물줄기가 어깨를 때렸고, 적당히 뜨거운 온도는 낮 동안 쌓인 피로를 물줄기와 함께 바닥으로 씻어내렸다. 몽글몽글하게 피어오르는 하얀 수증기가 욕실 안을 가득 채웠고, 은은한 시트러스 향의 샴푸 냄새가 습한 공기와 섞여 묘한 해방감을 주었다. 6월의 밤은 여전히 끈적였지만, Tai Zhong Chao Sheng Xing Lv의 이 작은 공간만큼은 외부의 소란으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우리만의 온전한 요새였다.
물기를 닦고 나와 창가에 섰다. 타이중 시내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들이 마치 빛의 강물처럼 유려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우리는 나란히 서서 그 풍경을 응시했다. 맞닿은 어깨를 통해 서로의 체온이 은근하게 전해졌고, 특별한 대화는 없었지만 그 침묵만으로도 공기는 충분히 밀도 있게 차올랐다.
침대 머리맡의 스탠드를 켜자 방 안은 금세 따스한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우리는 내일 어디를 갈지, 무엇을 먹을지 구체적으로 계획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혹은 누군가 우연히 맛있다고 말하는 곳으로 가면 그만이었다. 억지로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 여행보다, 이렇게 함께 무용한 시간들을 공유하는 것이 훨씬 더 즐거웠다.
잠들기 전, 너는 내 손등 위에 손을 가만히 겹쳤다.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적당했고, 우리는 서로의 심장 박동이 느껴질 만큼 가까이 누웠다. 창밖의 소음은 이제 아주 작은 배경음악처럼 들려왔다. 이 도시의 낯선 소음들이 오히려 우리를 더 안전하게 감싸주는 기분이 들었다. 다시 눈을 감았다.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도 이 쾌적한 온도와 평온함이 그대로 머물러 있기를 바랐다. 충분하고도 넉넉한 밤이었다.
창가에 남은 희미한 달빛과 나란히 누운 두 사람의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