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엘리베이터가 매끄럽게 상승할 때마다 로비의 풍경이 조금씩 작아졌다. 17층 높이로 솟아오른 거대한 책장은 벽이라기보다 종이로 빚은 절벽 같았다. 빽빽하게 꽂힌 책들이 뿜어내는 눅눅하면서도 달콤한 종이 냄새에 우리는 누가 먼저 길을 잃을지 내기를 했다. 결국 모두가 그 압도적인 지식의 무게 앞에 잠시 말을 잃고 말았다.
Yu Yuan Hua Yuan Jiu Dian windsor hotel의 로즈 베이커리에서 받은 음료권으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11월의 서늘한 공기 속에서 컵을 통해 전해지는 온기가 손끝을 기분 좋게 데웠다. 뒤이어 맛본 포주이몐의 면발은 혀끝에서 탱글하게 튕겨 올랐고, 짭조름한 고기 볶음의 진한 풍미가 입안 가득 오래도록 머물렀다.
"짐 좀 줄이라고 했잖아, 진짜." 친구의 집채만 한 캐리어를 보며 툭 던졌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뻔뻔하게 웃어 보였다. 우리는 그 무거운 짐을 끌고 대리석 복도를 지나며, 서로의 짐 무게가 곧 그 사람의 욕심의 크기라고 낄낄거리며 비웃었다. 규칙적으로 울려 퍼지는 바퀴 소리가 복도의 정적을 깨웠다.
책상 위에 놓인 자석 충전 패드 하나를 두고 유치한 전쟁이 벌어졌다. 누구의 스마트폰을 먼저 올릴 것인가. 결국 숨 막히는 가위바위보 끝에 승자가 결정됐다. 이긴 사람이 패드 위에 폰을 툭 올리는 순간, 우리는 이 무용한 경쟁에 쏟은 에너지가 아깝다며 동시에 외쳤다. 그러고는 한참을 배를 잡고 웃었다.
16층 창가에 나란히 앉아 멍하니 밖을 보았다. 도시의 불빛들이 먼 곳에서 노란 점처럼 흩어져 있었다. 10분 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지만, 억지로 대화를 이어가지 않아도 되는 그 침묵이 꽤 쾌적했다. 차가운 유리창에 비친 서로의 무표정한 얼굴이 오히려 가장 편안해 보였다.
Yu Yuan Hua Yuan Jiu Dian windsor hotel의 빳빳한 흰 시트가 깔린 대형 침대에 몸을 던졌다. 피부에 닿는 서늘한 감촉과 등을 천천히 집어삼키는 매트리스의 포근함이 일품이었다. 특히 안마 효과가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수압의 샤워기로 피로를 씻어내고 나니, 천장 너머로 별이 쏟아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계획에도 없던 추홍구 생태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도시 한복판에 푹 꺼진 분지 형태의 공원은 마치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같았다. 땅 밑으로 내려가자 서늘한 바람과 함께 붉은 빛의 식물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지도 없이 걷다 길을 잃었지만, 덕분에 이름 모를 나무 아래서 한참을 게으르게 쉬어갔다.
11월의 타이중은 평균 22도였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오직 게으름을 피우기 위해 설계된 것 같은 최적의 온도.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몸을 감싸는 좋은 침대와 적당한 공기, 그리고 끊임없이 투덜거리는 친구들이 곁에 있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여행이었다. 다시 이곳에 와도 좋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흰 시트의 서늘함이 살결에 기분 좋게 남았다.
- 로즈 베이커리 음료권으로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꼭 챙겨봐.
- 해 질 녘 추홍구 생태공원에서 땅 밑으로 내려가는 신비로운 산책을 추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