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뒷자락이 등에 쩍 달라붙어 있었다. 타이중의 5월은 공기가 무겁고 습도가 높다. 역에서 내려 호텔로 걷는 짧은 거리 동안, 피부 위로 끈적한 투명 막이 씌워진 기분이 들었다. 숨을 쉴 때마다 눅눅한 열기가 폐부 깊숙이 밀려들어 왔다. 하지만 `新驛旅店`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쏟아지는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그 불쾌한 막을 단숨에 걷어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깊은 숨을 내뱉었다. 그것은 단순한 냉기가 아니라, 도시의 소란과 열기로부터 격리되었다는 안도감이었다.
체크인을 마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 끝에 여전히 약간의 습기가 남아 있었지만, 상승하는 기분만큼은 가벼웠다. 10층 객실 문을 열자, 이곳의 특징인 밝고 화사한 객실 내부가 우리를 맞이했다. 통창을 통해 타이중 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고, 하늘은 낮게 고요해져 있었다. 멀리서 낮은 천둥소리가 들려왔고, 비가 오기 직전의 그 특유의 비릿한 흙내음이 창틈으로 스며들었다.
너는 가방을 내려놓지도 않은 채 창가로 다가갔다.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무언가 특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여행자의 강박이 사라진 자리에는 적당한 정적이 들어찼다. "그냥 여기 있을까?"라는 너의 나지막한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행이란 결국 낯선 곳에 가서 평소와 똑같이 게으름을 피우는 일일지도 모른다. 눅눅했던 옷을 벗어 던지고 쾌적한 실내 온도 속에 몸을 맡겼을 때, 비로소 이번 여행의 진짜 막이 올랐다는 느낌이 들었다.
밤 11시, 물결 위에 흩어지는 하루의 무게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채웠다. 몽글몽글한 수증기가 욕실 거울을 하얗게 덮어 세상의 경계를 지워버렸다. 물속으로 몸을 천천히 밀어 넣자, 하루 종일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어깨 근육이 마치 따뜻한 물에 녹아드는 설탕처럼 느슨하게 풀렸다. 젖은 수건이 어깨 위에 얹어졌을 때의 그 묵직한 안도감이 온몸을 감쌌다. 찰랑이는 물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시간. 우리는 번갈아 가며 온기에 몸을 담갔다. 피부에 닿는 물의 온도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그만큼의 다정함이었다.
욕실을 나와 발을 디딘 바닥의 포근한 감촉을 느끼며 침대에 몸을 던졌다. 바스락거리는 시트가 몸에 닿는 느낌이 서늘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적당한 탄성을 가진 매트리스가 내 몸의 곡선을 그대로 받아냈다. 우리는 나란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조명은 낮게 조절되어 있었고, 방 안에는 은은한 비누 향이 감돌았다. 낮에 `新驛旅店` 내의 휴식 공간인 카페에서 나누었던 가벼운 대화와 현지 음식의 달콤 짭조름한 맛이 뒤늦게 기억의 표면으로 떠올랐다.
너의 숨소리가 일정해질 때까지 나는 가만히 누워 있었다. 무용한 시간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60퍼센트의 힘만 쓰며 보내는 이 느릿한 시간이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필요했다. 우리는 서로의 손등을 가볍게 맞댔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체온, 그리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작은 접촉.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밤이었다.
창밖으로 빗줄기가 가늘게 긋기 시작했고, 우리는 다시 깊은 잠 속으로 잦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