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驛旅店의 조식 공간은 마치 쏟아진 우유처럼 하얗고 밝았다. 너무 투명한 빛이 내려앉아 잠이 덜 깬 눈이 조금 시릴 정도였지만, 그 밝음이 오히려 여행의 설렘을 깨웠다. 아이들은 접시 위에 알록달록한 과일과 갓 구운 빵을 무질서하게 쌓아 올리며 자신들만의 작은 성을 만들었다. "아빠, 이것 봐! 과일 탑이야!" 첫째가 오렌지 주스를 컵 끝까지 채우려다 테이블에 조금 흘렸고, 둘째는 잼을 바른 빵을 입가에 잔뜩 묻힌 채 천진하게 웃었다. 나는 그 소란스러운 풍경을 가만히 관찰하며 쌉싸름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아이들의 식사 속도에 맞춰 짐을 챙기고 옷매무새를 다듬다 보니, 어느새 커피는 미지근하게 식어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혀끝에 남은 온기는 사라졌어도, 공간을 가득 채운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그 빈자리를 충분히 데워주고 있었으니까. 호텔 직원이 다가와 아이들에게 건넨 다정한 미소는 낯선 도시에서의 아침을 한층 쾌적하게 만들었다. 적당한 소음과 적당한 온기,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하루는 완벽한 시작이었다.
길 위에서 마주한 투박한 성찬, 편의점의 위로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타이중역 특유의 눅눅하면서도 활기찬 공기가 피부에 닿았다. 3월의 타이중은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적당한 계절의 경계에 있었다. 거리 곳곳에는 마조 국제관광문화절의 붉은 깃발들이 펄럭였고, 화려한 행렬과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하지만 낯선 풍경에 매료되었던 것도 잠시, 아이들은 금세 지쳐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유명한 맛집을 찾아 끝없는 줄을 서는 것은 우리 가족에게는 너무 가혹한 미션이었다. 결국 우리는 호텔 근처 편의점에서 산 삼각김밥과 탱글탱글한 현지 푸딩 몇 개를 손에 쥐었다. 길가 낡은 벤치에 나란히 앉아 먹는 식사는 투박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입안에서 매끄럽게 미끄러지는 푸딩의 촉감에 세상을 다 가진 듯 만족해했고, 나는 아이들이 더 이상 칭얼거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깊은 안도를 느꼈다. 화려한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보다, 눅눅한 바람을 맞으며 나누어 먹은 편의점 간식이 더 진한 기억으로 남는 법이다. 계획에서 완전히 벗어난 식사였지만, 오히려 마음은 가벼워졌다. 때로는 길을 잃고 멈춰 선 곳에서 가장 달콤한 휴식을 발견하게 된다.
10층의 고요한 밤, 바스락거리는 우리만의 비밀
방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욕조에 넣었다. 뽀얀 김이 서린 욕실에서 따뜻한 물 속에 몸을 담근 아이들이 물장구를 칠 때마다 하얀 타일 위로 투명한 물방울들이 튀어 올랐다. 포근하고 두툼한 수건으로 아이들의 몸을 감싸 안자, 기분 좋은 비누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아이들을 겨우 달래 침대에 눕히고 나니, 그제야 방 안에는 밀도 높은 고요가 찾아왔다. 新驛旅店의 10층 창밖으로 펼쳐진 타이중의 야경은 보석을 흩뿌려 놓은 듯 적당히 반짝이고 있었다.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 고른 숨소리를 내뱉는 것을 확인한 뒤, 아내와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 조심스럽게 과자 봉지를 뜯었다. 정적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 우리는 서로를 보며 킥킥거렸다. 낮은 목소리로 오늘 하루의 소동과 아이들의 엉뚱한 행동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몸이 시트 속으로 천천히 고요해지는 푹신한 침대의 감촉은 하루의 피로를 부드럽게 흡수해 주었다. 거창한 성취나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가족 모두가 무사히 하루를 마쳤다는 안도감이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내일은 조금 더 늦게 일어나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 타이중역 인근 편의점에서 파는 말랑하고 달콤한 현지 계절 푸딩을 꼭 맛보길 권한다.
-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객실 내 욕조에서 따뜻한 물로 반신욕을 즐기며 야경을 감상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