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호텔을 찾는지 내기를 했다. 타이중역에서 내려 걷는 길은 짧았다. 바퀴 달린 캐리어가 보도블록 위를 덜컹거리며 내는 소리가 경쾌했다. 공기는 25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가 피부를 부드럽게 감쌌다. 맞은편에 타루코 쇼핑센터가 거대한 성벽처럼 보였다. 꽉 조여진 셔츠 깃처럼 팽팽했던 긴장이 그제야 조금 느슨해졌다.
복주 의면을 먹으러 갔다. 뽀얀 국물에서 올라오는 진한 육향이 코끝을 먼저 건드렸다. 면발은 탱글했고, 짭조름한 고기 고명이 얹어져 있었다. 우리는 말을 아끼고 씹는 소리에 집중했다. 뜨거운 김이 서린 안경 너머로 서로의 얼굴을 봤다. 셔츠의 첫 번째 단추를 푼 것처럼 숨통이 트였다. 맛이 정확했다. 나쁘지 않았다.
"방이 좀 좁은 거 아냐?" 누군가 툭 던졌다. 하지만 新驛旅店의 밝은 조명 아래 침대에 눕자마자 모두 조용해졌다. 빳빳하게 잘 마른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몸을 감쌌고, 매트리스는 적당한 무게감으로 우리를 받아줬다. 베개는 구름처럼 폭신했다. 좁은 공간이었지만 우리 셋이 뒹굴기엔 충분했다. 서로의 발이 닿았지만 아무도 밀어내지 않았다.
무료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효율적인 장비였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규칙적인 진동 소리를 멍하니 듣고 있었다. 젖은 옷들이 뜨거운 바람에 말라가며 내뿜는 포근한 세제 향기. 셔츠의 두 번째 단추를 푼 기분이었다. 무용한 시간이 주는 쾌적함이 우리 사이의 어색한 침묵을 메웠다.
10월의 타이중은 친절했다. 10층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장난감 마을 같았다. 오렌지빛으로 물드는 노을 사이로 멀리서 재즈 음악 축제의 선율이 섞여 들어오는 것 같았다. 외투가 필요 없는 서늘한 바람이 뺨을 스쳤다. 우리는 그냥 서 있었다. 특별한 대화 없이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받았다. 찰랑이는 물결이 살결에 닿는 느낌이 매끄러웠다. 욕실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어 공기는 쾌적했고, 습기 어린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따뜻한 물속에 몸을 깊숙이 담그니 셔츠의 세 번째 단추까지 완전히 풀린 기분이었다. 도톰하고 하얀 수건의 보드라운 감촉이 피부에 닿았을 때, 비로소 여기가 내 집 같았다.
추홍곡 생태공원에 갔다. 도심 속에 움푹 파인 초록색 구덩이 같았다. 나무 데크 길을 따라 걸을 때마다 눅눅한 흙 내음과 풀 향기가 훅 끼쳐왔다. 예상치 못한 녹색의 밀도에 놀랐다. 우리는 사진을 찍다 말고 그냥 벤치에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소리를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이 여행의 진짜 목적이었음을 깨달았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침대에 대자로 누웠다. 천장의 하얀 여백을 보며 생각했다. 계획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고. 셔츠를 완전히 벗어던진 것처럼 마음이 가벼웠다. 다시 이곳에 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했다.
창밖으로 타이중의 밤이 잔잔한 물결처럼 흐르고 있었다.
- 타이중역 후역 쪽의 복주 의면은 꼭 먹어봐. 쫄깃함이 차원이 달라.
- 新驛旅店 10층 뷰에서 멍 때리기. 10월의 바람이 정말 환상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