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진짜 너무한 거 아냐? 이게 어떻게 5분 거리냐고!"
누군가 갑자기 멈춰 서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12월의 타이중 공기는 바싹 말라 있었고, 뺨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이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더 날카롭게 실어 날랐다.
"지도엔 분명히 그렇게 나와 있었어! 내 걸음으로는 5분이었겠지."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내 다리는 이미 퇴근했다니까! 이 정도면 거의 하이킹 수준 아니야?"
"아, 알았어!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동시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여행의 기본값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보도블록 위를 구르는 캐리어 바퀴의 규칙적인 소음이 우리의 소란스러운 대화 사이를 메웠다. 결국 우리는 서로를 탓하는 것을 멈추지 않은 채, 자석에 이끌리듯 눈앞에 나타난 新驛旅店의 입구로 빨려 들어갔다.
빛과 정적이 머무는 10층의 방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것은 정돈된 쾌적함이었다. 한쪽 구석에 마련된 휴식 공간의 커피 머신에서 볶은 원두의 진한 향이 훅 끼쳐왔고, TV 라운지와 컴퓨터 멀티미디어 구역에서 들려오는 낮은 타자 소리와 웅성거림이 여행자의 설렘을 자극하는 적당한 백색소음이 되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체크인을 기다리며 뽑아 든 종이컵의 온기가 얼어붙은 손바닥을 천천히 녹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마주한 객실은 생각보다 훨씬 환했다. 창을 통해 쏟아지는 12월의 겨울 햇살이 하얀 벽지에 부딪혀 방 안 전체를 우윳빛으로 밝히고 있었다. 짐을 내려놓기도 전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로 몸을 던졌다. 몸의 곡선을 따라 부드럽게 고요해지는 매트리스의 지지력과 피부에 닿는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서늘한 감촉이 기분 좋게 엉켰다. 10층에서 내려다보는 타이중 시내의 풍경은 낮고 평온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지붕들은 옅은 회색과 베이지색으로 어우러져, 마치 오래된 수채화 한 점을 펼쳐놓은 듯했다. 新驛旅店의 객실은 불필요한 장식 없이 정결했고, 효율적인 동선 덕분에 셋이서 움직여도 부딪히는 일이 적었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천장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사라진 완전한 정지 상태를 만끽했다. 마치 도시라는 거대한 기계 속에서 잠시 전원이 꺼진 작은 방 하나에 숨어든 기분이었다.
수증기 속에 섞인 진심
밤이 깊어지자 방 안의 조명은 낮게 고요해져 아늑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한 명씩 돌아가며 욕조에 몸을 담갔고, 몽글몽글한 수증기가 욕실을 넘어 거실까지 은은하게 퍼졌다. 따뜻한 물이 피부를 감싸자 낮 동안의 피로가 물결을 따라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수건의 보풀이 뺨에 닿는 까슬한 느낌과 욕실에서 갓 나온 몸에 닿는 서늘한 거실 공기의 대비가 정신을 맑게 깨웠다.
"올해도 진짜 다 갔네."
누군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나직하게 말했다. 낮의 소란함은 어디로 갔는지, 목소리들이 차분하게 고요해져 방 안의 공기를 천천히 채웠다.
"그러게. 딱히 특별한 일 없었는데, 그냥 그렇게 흘러갔어."
"그래도 여기 오길 잘했다. 그냥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좋네."
"나쁘지 않았어, 올해도. 적어도 우리 이렇게 같이 여행 왔잖아."
거창한 위로나 격려 같은 말은 없었다. 그저 서로의 숨소리가 들리는 거리에서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우리는 서로의 어깨가 닿는 거리에서,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안도감을 공유했다. 다시 침대에 나란히 누워 내일의 메뉴나 늦잠에 대해 속삭이는 정답 없는 대화들이 포근한 공기 속을 유영하며 우리 사이의 빈틈을 메웠다. 12월의 밤은 깊었고, 방 안의 공기는 우리를 감싸 안는 두꺼운 담요처럼 따뜻했다.
창밖으로 타이중의 야경이 작은 보석들처럼 흩어져 있었다.
- 친메이 성품의 크리스마스 가로수길을 걸으며 겨울의 낭만을 느껴보세요.
- 외출 전 로비의 커피 머신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챙겨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