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벽과 붉은 지붕의 대비가 강렬했다. 셔터가 드르륵, 쇳소리를 내며 내려앉자 세상의 소음이 단숨에 차단됐다.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독립 차고 안, 눅눅한 콘크리트 냄새와 정적이 우리를 감쌌다. "여기 맞지?" 누군가 물었지만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그저 이 폐쇄적인 안도감이 주는 묘한 쾌감이 나쁘지 않았을 뿐이다.
아치 삼대 복주면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쫄깃한 면발 사이사이로 짭조름한 고기 소스가 진득하게 엉겨 붙어 있었다. 입안에서 면을 굴릴 때마다 고소한 기름기가 혀끝을 부드럽게 감쌌다. 적당한 포만감과 함께 밀려오는 나른함. 더 이상의 수식어는 사치일 정도로 정직하고 충실한 맛이었다.
침대에 몸을 던진 순간, 예상치 못한 단단함이 등을 밀어냈다. "와, 이거 침대 맞아? 거의 돌침대 수준인데?" 친구의 헛웃음 섞인 외침에 모두가 동의했다. 척추가 펴지는 시원함이라기보다, 마치 딱딱한 나무판 위에 누운 듯 뻣뻣하게 굳어가는 기분. 하지만 그 정직한 딱딱함이 오히려 낯선 곳에서의 긴장을 툭 내려놓게 했다.
이번 여행의 유일한 계획은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것이 우리의 완벽한 전략이었다. "최고의 효율"을 입에 달고 살던 친구가 가장 먼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오후의 나른한 햇살이 방 안으로 스며들 때, 입을 살짝 벌리고 고르게 숨을 내뱉는 그 모습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킥킥거렸다.
9월의 타이중은 공기의 결이 바뀌고 있었다. 창문을 열자 옅은 가을 냄새와 함께 서늘한 바람이 훅 끼쳐 들어왔다. 폐부 깊숙이 닿는 그 서늘함은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의 위로였다. 아무런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빈틈이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Yi Da Qi Che Lv Guan의 알록달록한 객실 안,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웠다. 수압 마사지기가 등을 규칙적으로 때릴 때마다 뭉쳐있던 근육이 말랑하게 풀려나갔다. 50인치 TV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채널들이 무의미하게 흘러갔고, 공간은 오직 찰랑이는 물소리로만 가득 찼다. 그 지독한 무용함이 주는 해방감이 달콤했다.
한시 야시장까지 걷기로 했다. 10분 거리라던 길을 15분 동안 헤맸다. "야, 너 방향 틀렸어." "아니거든, 이게 지름길이야." 티격태격하는 사이, 길가에서 풍겨오는 고소한 튀김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엉뚱한 길로 접어든 덕분에 발견한 이름 모를 작은 잡화점. 계획 없는 방황이 주는 뜻밖의 선물 같은 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산 음료수는 이미 미지근해져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다시 셔터가 육중하게 내려가고, 우리만의 작은 성벽이 세워졌으니까. Yi Da Qi Che Lv Guan의 아늑한 거실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나누는 시시한 농담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안전하게 숨어든 기분이었다.
붉은 지붕 아래, 우리는 기꺼이 더 게을러지기로 했다.
- 한시 야시장까지 천천히 걸어가 보세요. 길을 잃어도 좋은 15분의 산책입니다.
- 수압 마사지 욕조에 몸을 담그고 모든 생각을 끄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