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분명히 온천 간다고 했잖아! 여기 그냥 시내 한복판 호텔이잖아!" 민수가 캐리어를 바닥에 툭 던지며 소리쳤다. 둔탁한 소리가 복도에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갔어, 임마. 내 마음속으로 이미 입욕제까지 풀고 노천탕에서 명상까지 마쳤다고." 내 뻔뻔한 대답에 지수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헛소리 말고 짐이나 풀어. 그나저나 방 진짜 넓다. 여기서 축구해도 되겠는데?" "너는 원래 굴러다니니까 상관없겠네." 우리는 서로의 멍청한 계획을 비웃으며 낄낄거렸다. 누군가 한 명은 꼭 틀려야 여행이 비로소 완성된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금속의 서늘함과 포근한 침묵의 공간
Yong Feng Zhan Jiu Dian의 방 문은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열쇠 방식이었다. 묵직한 금속 열쇠를 구멍에 밀어 넣고 돌릴 때 손끝에 전해지는 둔탁한 저항감. '딸깍' 하는 짧은 금속음이 우리가 이 낯선 도시의 작은 영토를 차지했음을 알리는 신호처럼 들렸다. 민수가 열쇠를 반대로 넣고 3분 동안 낑낑대는 뒷모습을 구경하다가, 결국 내가 뺏어 한 번에 열었을 때 터져 나온 유치한 환호성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방은 40제곱미터의 넉넉한 크기였다. 세 명이 대자로 누워도 서로의 발끝이 닿지 않을 만큼의 거리감이 주는 해방감이 좋았다. 15층 창밖으로 내려다본 타이중의 거리는 1월의 건조하고 서늘한 공기 덕분에 유난히 선명했다. 대만대로를 가득 메운 차들이 만드는 붉고 하얀 빛줄기가 창문에 길게 늘어져, 마치 도시의 혈관처럼 보였다. 밖은 17도, 걷기에는 딱 좋고 가만히 있기에는 살짝 서늘한 온도였다.
발가락 사이로 포근하게 감기는 카펫의 촉감과 빳빳하게 말라 기분 좋은 탄성을 내뿜는 침대 시트, 그리고 욕실에서 풍겨오는 갓 세탁한 수건의 깨끗한 향기까지. 작은 파나소닉 헤어드라이어와 정갈하게 놓인 세면도구들이 이곳에서의 머무름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었다. 로비에 내려가면 바로 스타벅스가 있다는 사실은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거창한 모험보다는, 익숙한 게으름을 다른 도시에서 누리는 무용한 시간의 쾌적함이 방 안에 고여 있었다. 우리는 그 안락함 속에 몸을 맡긴 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만끽했다.
낮은 조명 아래 나누는 진심
"내일 아침에 뭐 먹을래?"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앉은 지수가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조건 조식 뷔페. 나는 내일 아침부터 배를 가득 채우고 오후 내내 낮잠만 잘 거야." "너 그러다 진짜 굴러다니겠다."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잦아들고, 방 안에는 낮은 스탠드 조명과 서로의 고른 숨소리만 남았다. "근데 아까 먹은 그 닭요리, 국물이 정말 진했어. 겨울엔 그런 게 필요하잖아." "보양은 무슨. 그냥 배고팠던 거겠지." 장난스럽게 대꾸했지만, 목소리에는 다정함이 묻어났다. 거창한 의미를 찾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이 넓은 공간에 함께 있다는 안도감, 그리고 내일 아침의 맛있는 식사라는 소박한 약속만으로 충분한 밤이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깊은 하품을 내뱉었다.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감촉과 친구의 고른 숨소리, 그것만으로 완벽한 밤이었다.
- 로비 스타벅스에서 따뜻한 커피를 사서 15층 창밖의 시티뷰 감상하기.
- 조식 뷔페를 만끽한 뒤 넓은 침대에서 끝없는 낮잠 즐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