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베드. 빳빳하게 당겨진 흰 시트의 서늘한 감촉과 몸을 깊숙이 감싸는 매트리스의 푹신함. 누가 정중앙의 명당을 차지할 것인가를 두고 벌인 30분간의 치열한 영토 전쟁, 그리고 결국 서로의 팔다리가 엉킨 채 코를 골며 잠든 우리의 꼴불견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본 가장 거대한 목격자다.
하얀 목욕 가운. 보들보들한 면 소재의 포근함과 피부에 닿는 묵직한 무게감. 호텔의 품격을 흉내 내며 와인 잔을 들고 우아한 '럭셔리 샷'을 남기려 했으나, 결국 가운 소매에 레드 와인을 쏟고 침대 위에서 뒹굴며 낄낄거렸던 우리의 처참한 실패와 그 뒤에 이어진 웃음바다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
에어컨 리모컨. 손끝에 닿는 매끄러운 플라스틱의 질감과 정적을 깨는 규칙적인 비프음. 22도와 24도 사이, '춥다'와 '덥다'라는 상반된 주장이 충돌하며 벌어진 끝없는 온도 전쟁의 중심에서, 우리는 서로의 체온을 핑계 삼아 더 가까이 밀착했다. 리모컨은 우리의 예민함과 다정함을 동시에 기록했다.
룸 카드키. 차가운 금속성과 손가락 끝에 걸리는 매끄러운 표면. 체크아웃 직전, 분명히 가방 깊숙이 넣었다고 확신하며 온 방안을 엉망으로 뒤집어엎게 만든 5분간의 짧은 실종 사건. 결국 베개 밑에서 뻔뻔하게 발견되었을 때, 우리는 서로의 건망증을 비웃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포장해온 복주식 의면. 비닐봉지 너머로 전해지는 눅눅한 온기와 코끝을 자극하는 짭조름한 육수 향. 다이어트는 내일로 미루자며 은밀하게 시작된 야식 파티, 쫄깃한 면발을 씹으며 나누었던 시시콜콜한 비밀 이야기와 내일의 계획들을 모두 들어낸 밤의 동반자였다.
만약 이 방의 물건들이 입을 열 수 있다면
아마 우리를 '품격과는 거리가 먼, 사랑스러운 소란함의 결정체'라고 정의할 것이다. Yong Feng Zhan Jiu Dian의 고전적인 분위기는 정중하고 차분했다. 로비의 은은한 황금빛 조명과 묵직하게 고요해지은 공기는 우리에게 잠시 정숙할 것을 권하는 듯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정적을 기분 좋게 무시했다. "여기 진짜 클래식하다!"라는 감탄사도 잠시, 우리는 금세 방 안을 우리만의 소란스러운 아지트로 만들었다. 9월의 타이중은 공기가 적당히 서늘해져, 창문을 조금 열면 거리의 활기찬 소음과 낯선 도시의 냄새가 방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호텔 밖에는 '타이중 자전거 주간'을 맞이해 정교하게 설계된 최신식 자전거들이 줄지어 서 있었지만, 우리는 그 효율적인 기계들 대신 서로의 어깨를 맞댄 느릿한 발걸음을 택했다. 제2시장에서 맛본 쫄깃한 의면의 여운을 안고 돌아와, 호텔 내 작은 스타벅스에서 산 진한 커피 향을 맡으며 침대에 몸을 던졌다. 푹신한 침대가 우리를 집어삼키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명소나 화려한 일정보다 더 소중한 건, 아무런 격식 없이 함께 뒹굴며 웃을 수 있는 이 좁고도 넓은 공간이라는 것을. 누워있는 게 여행의 목적이었다면, 우리는 이미 완벽한 목적지에 도착한 셈이었다.
반쯤 감긴 눈으로 바라본 천장의 고전적인 무늬가 다정하게 느껴졌다.
- 가벼운 옷차림으로 추홍곡 생태공원의 푸른 숲길을 천천히 산책해 보세요.
- 제2시장에서 5대째 내려오는 복주식 의면의 깊고 쫄깃한 맛을 경험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