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타이중은 공기가 낮게 내려앉아 피부에 닿는 습기가 눅눅했다. 얇은 면 셔츠가 등에 살짝 달라붙는 기분이었지만, 우리는 그 끈적임조차 여행의 일부라 여기며 천천히 걷기로 했다. 타이중 식물원의 열대우림 온실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젖은 흙냄새와 짙은 초록색이 주는 압도적인 무게감이었다.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나비 모형의 날개 끝에 맺힌 물방울이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했고, 너는 내 손가락 끝을 아주 살짝,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만 잡았다. '조금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 볼까?' 내 낮은 속삭임에 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 작은 온기에 의지해 초록의 심장부로 걸어 들어갔다. 문학공원의 낡은 일본식 경찰 숙소 담벼락을 따라 걸을 때는 우리의 발소리가 규칙적으로 겹치기 시작했다. 세월을 머금은 나무 벽면의 거친 질감을 손끝으로 쓸며 걷다 보니, 서로의 보폭을 맞추려 애쓰지 않았는데도 어느덧 비슷해진 리듬을 발견했다. 우리는 지금 같은 속도로 흐르고 있다는 안도감에 동시에 아주 짧게 웃었고, 그것은 어떤 거창한 약속보다 더 다정한 일치였다. Yun Ping Jing Pin Lv Guan의 문을 열었을 때 우리를 맞이한 것은 정교하게 조절된 서늘한 에어컨 바람과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정갈한 공간이었다.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촉감이 피부에 닿았고, 우리는 나란히 누워 천장의 무늬를 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체중이 너의 어깨로 옮겨가는 그 짧은 순간, 무게 중심이 이동하며 느껴지는 묘한 안정감이 있었다. 침묵이 어색함이 아니라 안도감이 되는 상태, 그 틈새를 메우는 것은 규칙적인 호흡 소리뿐이었다. 객실의 공간감은 생각보다 여유로워서 가구들 사이로 충분한 동선이 확보되어 있었고, 미니바의 작은 냉장고 소음조차 이 방의 정적을 깨지 못하고 오히려 배경음처럼 낮게 깔렸다. 욕실은 생각보다 훨씬 넓어서,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물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부드럽게 덮어주었다. 물기가 어린 타일의 온도가 발바닥에 닿을 때, 비로소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음을 실감했다. 정수기에서 물을 받다가 컵의 각도를 잘못 맞춘 탓에 투명한 물방울이 손등 위로 튀어 올랐다. 너는 그 찰나의 당황스러움을 포착하고는 작게 킥킥거리며 웃었고, 그 사소하고 무용한 순간이 이 여행의 가장 빛나는 조각이 될 것 같았다. 아침에 제공된 조식 식당의 온화한 조명 아래에서, 우리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 한 잔과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향기에 집중했다. 빵의 겉면은 기분 좋게 바삭했고 속은 5월의 눅눅한 날씨와 대조적으로 포근하고 부드러웠다. 창밖으로는 이름 모를 백합꽃 향기가 습한 바람을 타고 낮게 흘러들어왔고, 멀리서 웅웅거리며 들려오는 오후의 천둥소리는 오히려 우리를 더 깊은 안늑함 속으로 밀어 넣었다. '여기 정말 조용하다, 그치?' 너의 말에 나는 대답 대신 너의 손을 꼭 잡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힘내라는 말이나 특별한 약속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 방의 온도와 습도,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의 체온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그냥 함께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속도를 천천히 맞춰가며, 5월의 타이중 속에 우리만의 작은 섬을 만들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아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이렇게 누워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여행이니까.
- 타이중 식물원의 열대우림 온실에서 젖은 흙냄새를 맡으며 천천히 걷기.
- Yun Ping Jing Pin Lv Guan의 넓은 욕실에서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기고 정적을 즐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