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여기 맞아?"
"응, 309번지. 고개 들어봐."
고속철도역에서 내려 걷는 길, 9월의 공기는 적당히 고요해져 있었다. 너무 뜨겁지도, 그렇다고 서늘하지도 않은 미지근한 온도가 피부에 닿았다. 309 B&B 앞에 섰을 때, 우리는 서로의 표정을 살폈다. 기대보다는 안도감이 먼저였다. 짐가방 바퀴가 거친 보도블록을 긁는 규칙적인 소리가 정적을 메웠고, 우리는 그 리듬에 맞춰 천천히 발을 옮겼다.
나란히 걷는 보폭의 온도
방 안으로 들어서자 누군가의 정성 어린 손길이 닿은 안온함이 우리를 감쌌다. 일회용품 없는 이곳에서 우리는 미리 챙겨온 칫솔과 치약을 나란히 꺼내 놓았다. 작은 플라스틱 통들이 부딪히는 가벼운 소리조차 다정하게 느껴진 것은, 함께 준비했다는 유대감 덕분이었을 것이다. 빳빳하게 잘 말려진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몸을 감싸 안았고, 창틈으로 스며든 9월의 나른한 금빛 햇살이 방 안의 먼지조차 보석처럼 빛나게 했다. 화려한 럭셔리는 없었지만, 오히려 그 소박함이 서로의 존재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 주었다.
출출함이 밀려올 때쯤 걷다 마주한 장남 루로우판의 풍경은 강렬했다. 가게 문을 열자마자 코끝을 찌르는 짭조름한 간장 내음과 고소한 돼지고기의 향기가 허기를 자극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돼지고기 덮밥 한 술을 입에 넣자, 씹을 새도 없이 녹아내리는 부드러운 육질과 밥알 사이사이 스며든 달콤한 육즙이 혀끝을 감돌았다. 우리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에 집중하며 서로를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는 것을 공유하는 침묵은 그 어떤 대화보다 밀도 높게 우리를 연결했다.
다음 날 찾은 물숲 농장의 낙우송 길은 초록의 바다 같았다. 호수 위에 투영된 짙은 그림자는 깊은 사유의 공간처럼 보였고, 발밑에서 느껴지는 눅눅한 흙의 질감과 숲 특유의 알싸한 나무 향은 우리를 더 깊은 자연 속으로 이끌었다. 28도의 온화한 기온 속에서 우리는 유명한 포토존 대신,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의 각도를 관찰하며 걸었다. 가끔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깔렸고, 우리는 서로의 보폭을 맞추며 천천히 호흡했다. 309 B&B의 공용 로비에서 맞이한 밤 10시의 정적은 여행의 완벽한 마침표와 같았다. 소란함이 걷힌 자리에 남은 서로의 고요한 숨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계획 없는 시간이 주는 뜻밖의 위로를 배웠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함께 걷는 보폭이 비슷해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이었다.
현관문을 닫을 때 들리던 작은 금속음이 여운처럼 귓가에 남았다.
- 장남 루로우판에서 입안 가득 녹아내리는 돼지고기 덮밥을 꼭 맛보길.
- 물숲 농장의 낙우송 길을 목적지 없이 천천히 거닐어 보길.